▲ 2005년 곤조인에 합사, 안치된 조선인 유골의 보관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처음으로 유골 보관상자를 개봉한 모습이다.
일본 정부의 창고에 옮겨지며 안타까움을 샀던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골이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습니다.
3일 일본 후생노동성 등에 따르면 일본 사이타마현의 사찰 곤조인에 보관돼 있다가 후생노동성의 시설로 옮겨졌던 조선인 징용 희생자 유골 131구가 나가사키현 이키노시마의 사찰 덴토쿠지에 안치될 계획입니다.
유골들은 해방 직후 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난해 숨진 조선인 징용자들의 것들입니다.
1976년과 1983년 일본 민간단체가 각각 이키노시마와 쓰시마에서 수습한 뒤 곤조인에 안치했지만, 최근 곤조인측이 내부 사정상 유골을 더 보관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갈 곳을 잃었습니다.
결국 지난달 중순 창고와 다름 없는 후생노동성의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유골들을 후생노동성 시설에 계속 보관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안치 의사를 밝힌 덴토쿠지로 유골을 옮기게 해달라는 한일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결국 받아들였습니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민족문제연구소 등 한국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골을 일단 덴코쿠지로 옮길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시민단체의 의견을 일본측에 전달했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유골들은 오는 31일 공양 의식과 함께 덴코쿠지에 안치될 예정입니다.
덴코쿠지의 니시타니 도쿠도 주지는 통신에 "(유골 주인들은) 원래는 조국에 돌아가는 도중이었다. 한국 반환이 실현되도록 한일 양국의 정부가 앞으로 협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일 정부는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일본 내 유골의 한국 반환에합의한 바 있지만, 양국 정부 차원의 유골 반환은 좀처럼 성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진상규명위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