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안에 숨은 범인을 체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없이도 주거수색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형사소송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서울고법이 형소법 216조가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되는지 판단해달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습니다.
헌법불합치란 단순히 위헌결정을 내리면 해당 법 조항이 곧바로 효력을 잃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법 조항 효력을 일정 기간까지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위헌결정 방식입니다.
형소법 216조는 검사나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는 경우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건물을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주거의 자유와 관련해 영장주의를 선언하는 헌법의 취지에 비춰보면 그 장소에 범죄혐의 등을 입증할 자료나 피의자가 존재할 개연성이 있고,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만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해당 조항은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헌법상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다만 "단순 위헌을 결정할 경우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해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며 2020년 3월 31일까지 법 조항 효력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