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가 '봄 과일 왕좌'를 딸기에 내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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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3∼4월에 가장 많이 팔리는 과일인 오렌지가 올해는 계절관세 철폐로 가격까지 싸졌지만, 판매는 도리어 부진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어제(10일) 기준 미국산 네이블 오렌지 10개 소매가는 9천444원으로, 지난해 4월 평균 가격인 9천886원보다 4.5% 낮습니다.

이는 2013년 4월 9천75원 이후 4월 가격으로는 가장 저렴한 수준입니다.

오렌지 가격이 이처럼 싸진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작년까지 5%였던 계절관세가 올해부터는 완전히 철폐돼 0%가 됐기 때문입니다.

계절관세란 농산물의 국내 생산과 출하의 계절적 영향을 고려해 해당 품목의 수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국산품이 많이 출하되는 시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그 외 기간에는 관세를 철폐하거나 감축하는 제도입니다.

원래 미국산 오렌지에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기존 양허세율인 50%를 적용하고, 3∼8월에는 30%를 적용했으나 한미 FTA에 따라 이를 매년 순차적으로 감축하다가 올해부터 완전히 철폐했습니다.

지난해 3∼8월 5% 적용됐던 계절관세가 철폐되면서 일선 소매점 판매가도 싸졌습니다.

이마트에서 지난해 4월 300g 내외의 미국산 오렌지 특대는 개당 1천200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4월에는 990원으로 가격이 17.5%나 하락했습니다.

이처럼 가격이 싸졌지만, 대형마트에서 오렌지 판매량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오렌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감소했습니다.

가격이 싸진 데다 판매량까지 감소하면서 최근 수년간 3∼4월 과일 매출 1위 자리를 고수했던 오렌지는 올해는 딸기에 밀려 매출 순위가 2위로 떨어졌습니다.

이마트는 오렌지 가격이 싸졌는데도 판매량이 감소한 이유가 갈수록 확산하는 먹기 편한 과일 선호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1∼2인 가구가 늘면서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일 소비에서도 '편의성'을 중시하는 현상이 확산해 딸기나 바나나처럼 칼을 쓰지 않고도 손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오렌지는 손으로 까서 먹기가 힘들고 칼이 필요해 젊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도 다른 과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이마트는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마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바나나가 사과를 제치고 과일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바나나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반면 사과 매출은 10.4% 감소했습니다.

실제로 이마트가 지난해 주요 과일 품목을 '칼이 필요 없는 과일'과 '칼이 필요한 과일'로 구분해 매출 신장률을 비교한 결과 칼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바나나, 딸기, 체리 같은 과일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과, 수박, 배, 복숭아, 오렌지 등 칼이 필요한 과일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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