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소위 '유령주식'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의 배당시스템에 이어 주식거래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이뤄집니다.
자칫 삼성증권 사태가 주식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가공의 주식이 발행, 유통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는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은 우선 이번에 문제가 된 우리사주조합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 개선하고 이어 전체 증권사의 주식거래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배당시스템과 달리 주식거래시스템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투자자들의 우려가 무척 크기 때문에 재점검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 매매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이 확인되면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다.
삼성증권 배당 담당 직원의 전산 입력 착오로 28억1천만주라는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 만들어지고 주식시장에서 거래까지 성사되자 지금 증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직원이 실수했더라도 시스템에서 걸러져야 했지만 제어장치가 없었던 셈입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지급 사태는 증권시장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고 관리 감독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사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에는 실수였다고 하지만 증권사 직원이 의도적으로 사내 전산을 조작해 언제든지 시장을 교란하고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삼성증권 착오주식이 전체 발행한도(1억2천만주)를 넘어 28억1천만주라는 터무니없는 숫자여서 이번에 적발됐지만 만약 수십만주나 수백만주에 그쳤다면 발견되지 않고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주식 거래가 다 비슷하게 이뤄질 텐데 직원이 사기 칠 생각으로 가상계좌를 만든 뒤 전산상에 현금을 찍어놓고 인출해 갈 수 있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금감원이 삼성증권 사태 초기 다른 증권사의 배당시스템을 점검한 결과를 통해 증폭됐습니다.
삼성증권처럼 올해 배당을 앞둔 증권사 중 4곳을 사전 점검한 결과 배당시스템이 삼성증권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론, 증권사 중에는 우리사주 직원에 대한 현금배당을 은행 계좌로 보내 시스템적으로 주식이 입고될 수 없도록 차단한 곳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증권사 전산 시스템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은 일단 1년에 한 차례 쓰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배당시스템과 매일 활용되는 매매시스템은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점검을 통해 확인할 계획입니다.
증권사의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현금배당이 1년에 한 차례 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배당시스템도 자주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배당시스템은 그동안 매매시스템보다 관리가 허술했고 내부통제에서도 우선순위에 들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