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추념식, 이효리가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 낭송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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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가 제주 4.3사건 70주년 추념식에서 이산하 시인의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를 낭독했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이효리는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단상에 올랐다. 그는 이종형 시인의 ‘바람의 집’을 낭송한 데 이어 이산하 시인의 ‘생은 아물지 않는다’를 읊었다.

이효리가 낭독한 ‘바람의 집’은 1947년 발생한 제주4.3사건의 희생자들의 아픔을 추모하는 내용이다. “섬, 4월의 바람은/수의없이 죽은 사내들과/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두 번째로 이효리가 천천히 읽은 ‘생은 아물지 않는다’는 이산하 시인이 시집 <천둥같은 그리움으로>(1999)에서 발표한 시다. “평지의 꽃/느긋하게 피고/벼랑의 꽃 쫓기듯/늘/먼저핀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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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 시인은 1987년 4.3사건의 배후에 미군정이 있다는 전제를 담은 장편 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했다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복역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제70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을 맞아 이산하 시인의 ‘한라산’은 초본대로 복원되어 발간되기도 했다. 

앞서 이효리는 제주4.3사건 추념식 내레이션을 맡는다는 사실을 직접 밝히면서 “부탁이 와서 맡기로 했다”며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는데 괜찮다고 하더라.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효리에 앞서 제주도에 거주하는 또 다른 가수인 루시드폴이 이날 ‘4월의 춤’을 기타반주를 열창했다. ‘4월의 춤’은 제주도에서 일어난 4.3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루시드폴이 2015년 12월 발매한 곡이다.

루시드폴은 당시 ‘4월의 춤’을 작곡한 이유에 대해서 “4.3 평화공원을 다녀온 후 충격이 남아서 앨범 작업으로 이어졌다. 동네마다 적혀있는 비석을 보고 가깝게 느꼈다.”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대중 가수들이 추념식 본행사에 참여하는 건 2014년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이번이 처음. 이효리와 루시드폴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대표적인 연예인들이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로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 참여했다.

(SBS 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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