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자 컬링 대표팀 '안경 선배' 김은정 선수가 경기 중 쉬는 시간에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요. 바나나는 등교하는 학생이나 출근하는 직장인의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바나나와 함께 국민 과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는데요, 바로 귤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손끝이 노래질 때까지 귤 까먹어본 경험, 다들 있으실 텐데요. 과일 세계의 강자로 떠오른 바나나와 귤, 그 인기의 비결이 뭘까요?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과일 세계에 숨은 트렌드를 알아봤습니다.
■ 부동의 1위 사과 밀어내고 왕좌 차지한 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일 트렌드는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 집계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산되는 주요 과일 6가지에 대한 소비량이 통계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올해 최신 통계를 보면 2016년 우리 국민 1명이 주요 과일 6가지를 1년 동안 평균 65.8kg 정도 먹었습니다.
이 가운데 귤이 12.4kg으로 1위, 사과가 11.2kg으로 2위입니다. 포도와 복숭아, 배, 단감이 그 뒤를 이었는데요. 90년대 말까지는 사과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로 부동의 1위였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부터 귤이 1위로 올라서며 사과를 2위로 밀어냈습니다.
■ 대형마트 과일 매출 1위 바나나…'국민 과일' 등극
국내 생산량을 토대로 한 정부 통계와 별개로 한 대형 마트의 판매량 통계가 이목을 끄는데요. 국내에서 가장 큰 대형 마트에서 과일 매출액을 뽑아봤는데, 의외의 품목이 지난해 1위에 올랐습니다.
바로 바나나입니다. 1년 전보다 9%가 늘면서 처음으로 매출액 1위를 기록한 겁니다. 요새 간단한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바나나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들을 위해 많은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 같은 데서도 낱개로도 판매할 정도인데, 이런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 희비 교차하는 과일의 세계…기준은 칼?
해당 대형 마트에서 지난 1년 동안 매출이 크게 늘어난 과일과 줄어든 과일을 나눠봤습니다. 그랬더니 딸기가 21% 넘게 증가했고, 체리, 바나나, 귤도 많이 늘었습니다. 재밌게도 공통점은 모두 '과도, 즉 칼이 필요 없는 과일'이라는 겁니다. 특히 바나나와 귤은 껍질을 씻을 필요도 없고 그 자리에서 손쉽게 까먹을 수 있죠.
반대로 매출이 떨어진 과일을 보면, 복숭아와 배는 무려 17% 넘게 줄었고 사과와 수박도 각각 10%, 5% 넘게 줄었습니다. 복숭아는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나가기도 했는데요. 모두 다 먹기 위해선 칼이 필요하고 먹고 난 뒤 껍질 등을 치우는 데 좀 더 신경이 쓰이는 과일들입니다.
과도가 필요한 과일과 필요 없는 과일로 인기가 갈린 겁니다. 1인 가구가 늘고 사람들은 점점 바빠지는 세태 속에, 보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들이 더 사랑받고 있는 셈입니다.
(취재: 권애리 / 기획·구성: 송욱 / 디자인: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