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전 총리 납치·암살 40주년 기념비 훼손에 伊 '발칵'


40년 전 극좌 테러조직인 붉은여단에 의해 납치·암살된 알도 모로 전 이탈리아 총리와 그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경찰과 경호원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제막 1주일도 안돼 훼손되자 이탈리아가 충격에 빠졌다.

현지 뉴스통신 ANSA 등에 따르면 22일 새벽(현지시간) 로마의 북서부 주택가 파니가(街)에 세워진 모로 전 총리와 그의 경호원 5명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가 붉은색 페인트로 알파벳 'BR'이 낙서된 채로 발견됐다.

'BR'은 이탈리아어로 붉은 여단의 약자다.

경찰은 현장을 봉쇄하고, 범인을 찾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모로 전 총리 납치 사건 현장에 설치된 이 기념비는 그가 납치된 지 꼭 40주년 되는 날인 지난 16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프란코 가브리엘리 경찰청장 등 정부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막식을 통해 공개됐다.

기념비가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훼손되자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로마가 속해 있는 라치오 주의 니콜라 진가레티 주지사는 "이번 일은 비겁하고,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 기념비는 일반에 공개되기에 앞서 지난 달에도 기념비 하단에 '경찰에게 죽음을'이라는 낙서와 함께 나치 문양이 칠해지는 등 수난을 겪었다.

40년 전 모로 전 총리를 경호하다가 희생된 경찰들의 유족은 당시 이 같은 낙서에 "이탈리아의 민주주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모든 국가의 공복에게 모욕을 가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한편, 붉은여단은 감옥에 수감된 조직원들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이탈리아 정부가 거부하자, 모로 전 총리를 잔혹하게 살해했고, 그의 시신은 납치 55일 만인 그해 5월9일 로마 중심가의 주차된 차에서 발견됐다.

붉은여단은 모로 전 총리가 당시 집권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에 대한 이탈리아 공산당의 지지를 이끌어낸 소위 '역사적인 타협'을 이끌어낸 것에 반발해 그를 암살의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사회를 뒤흔든 모로 전 총리 암살 사건은 정치적 테러가 빈발해 소위 '납의 시대'로 불리는 이탈리아 현대사의 암흑기에 일어난 사건 가운데도 가장 큰 충격파를 던진 사례로 기억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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