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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용기 내서 '미투'했지만 악성루머 시달려…2차 피해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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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이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시인, 영화감독, 배우 등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최근에는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는 미투 흐름에 정부가 어제(8일) 종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뒤늦게나마 범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은 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만으로는 악성루머 등의 2차 피해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 '권력형 성범죄' 처벌 강화한다는 정부, 어떻게 달라지나?

정부는 업무상 위계나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10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5천만 원까지 처할 수 있게 해 현행보다 두 배 더 엄벌하기로 했습니다. 또 공소시효도 7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또 직장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대해 제대로 징계하지 않으면 사업주가 '징역형'까지 받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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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대책도 내놨습니다. 피해자에게 악성 댓글을 다는 등 2차 피해를 가하는 가해자에 대해서도 구속 수사를 비롯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또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폭로한 내용이 사실일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요.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형법 310조에 규정된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피해자를 고소해도 피해자 고발이 사실에 근거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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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기 내 '미투 운동' 참여했지만…피해자 악성루머 오가는 SNS

정부는 이번 대책에 대해 "2차 피해를 막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피해자가 당하는 2차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익명 신고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사업장과 가해자를 현장 조사하다 보면 피해자가 드러날 수밖에 없고 이는 인사상 불이익 조치나 직장 내 따돌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악성 댓글은 실시간 모니터와 IP 추적이 가능하지만, 카카오톡 등의 SNS를 통해 퍼지는 악성루머는 막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에 대한 음해성 이야기와 사진 등 이른바 '찌라시'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졌지만 이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사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만 수사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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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근본적이 대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만 성폭행으로 인정하는 현행법상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또 따돌림 등 2차 피해를 가하는 가해자들에 대한 제재 및 처벌 방안과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활성화 방안 등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 폭로하면 해고나 왕따…2차 피해 두려워 침묵하는 피해자들

2차 피해를 막는 방안이 보다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가 두려워 피해 사실을 숨기기 때문입니다. 2차 피해는 폭언이나 집단 따돌림 등의 정신적 손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해고 등 신분상의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자 심리 정서에 미치는 영향과 성희롱 문제 제기로 인한 불이익 조치 경험 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요. 성희롱을 당한 응답자 103명 중 57%에 달하는 58명이 문제 제기 이후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또 피해자 10명 중 7명은 불이익 조치와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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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처벌받기를 기대하기는커녕 피해 사실을 알리는 단계부터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기 위해 연대한 단체 '우롱센텐스'의 오빛나리 대표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을 폭로해도 2차 가해가 이뤄지는 그런 사회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첫걸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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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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