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총선 돌입…'추문 제조기' 베를루스코니 부활 vs 31세 총리 탄생


향후 5년 간 이탈리아를 이끌어갈 상원(315석)과 하원(630석) 의원을 뽑는 총선이 4일 오전 7시부터(현지시간) 이탈리아 전역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이번 총선은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난민 대량 유입으로 고조한 반(反)난민 정서에 편승, '이탈리아 우선'을 외치는 극우정당과 포퓰리즘 세력의 뚜렷한 상승세가 실제 표로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까지 여론 조사에 따르면 어느 진영도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헝 의회'가 출현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다 의석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한 우파연합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한 난민 정책과 세금 감면, 최저 연금 인상 등 재정 지출 확대를 공약한 이들은 2주전 총선 이전 공표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37%선의 합계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파연합은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당 동맹, 신파시즘에 뿌리를 둔 민족주의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남부 풀리아 주에 기반을 둔 중도성향의 신생정당 우리는이탈리아와 함께(NCI)가 손잡은 진영이다.

건설업과 미디어 그룹으로 부를 일군 재벌 출신으로 3차례 이탈리아 총리를 역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킹메이커' 역할로 화려한 정계 전면 복귀를 노리고 있다.

그는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탓에 내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돼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더라도 직접 총리 후보로 나서진 못한다.

이탈리아가 채무 위기로 국가 부도 직전에 몰린 2011년 국내 정계와 EU 안팎의 압력에 떠밀려 총리직에서 사퇴한 그는 그동안 미성년자 성매수 추문, 탈세, 이혼 소송 등 각종 추문 속에 2016년 심장 수술까지 받으며 정치 생명이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서로 다른 성향의 우파 정당을 하나로 엮는 중심축 역할을 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우파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해 정부 구성 기회를 부여받을 경우 최측근인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을 총리 후보로 내세워 이탈리아 정계에 상당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파연합의 대항마로는 포퓰리즘 성향의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있다.

오성운동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8%의 지지율을 기록, 이탈리아 단일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고수했다.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좌와 우로 나뉜 기성정치권을 부패 세력으로 싸잡아 비난하며 2009년 '정직'과 직접 민주주의를 기치로 발족시킨 오성운동은 창당 4년 만인 2013년 총선에서 25%의 득표율로 일약 제1야당으로 올라서는 돌풍을 일으켰다.

여세를 몰아 사상 첫 집권까지 노리고 있는 오성운동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과격하고, 입이 거친 그릴로 대신 31세의 온건한 성향의 루이지 디 마이오(31) 하원 부의장을 새로운 대표로 선출, 지지층 확장에 나섰다.

디 마이오 대표는 집권 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오성운동의 오랜 방침을 사실상 폐기하는 등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폐기하고, 온건한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다.

그는 또 기존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기피하는 오성운동의 기본 원칙에서 선회, 총선이 끝난 뒤 정책 위주로 다른 정당과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열어놓는 등 집권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디 마이오는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여겨지는 우파연합이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세르지오 단일정당으로는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이 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 총리 지명권을 가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의 추후 결정이 주목된다.

총선 뒤 여러 변수를 뛰어넘어야 하지만, 대학을 중퇴한 채 별다른 사회 경험 없이 정계에 입문한 디 마이오가 총리가 될 기회를 얻는다면,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작년 12월 선출된 제바스티안 쿠르츠(31) 오스트리아 총리와 함께 민주 선거로 선출된 전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되는 셈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 5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온 집권 민주당은 중도좌파의 분열로 인해 최근 지지율이 23%선의 역대 최하치로 하락, 큰 패배가 예상된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친유럽연합(EU) 정당인 '더 많은 유럽' 등 중도좌파 정당들이 손을 잡은 좌파연합도 합계 지지율이 약 27%에 그쳐 오성운동 1개 정당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 대표를 맡은 마테오 렌치 전 총리에 반기를 든 당내 소수파들이 탈당해 결성한 중도좌파 정당 자유와평등(LEU)으로 지지율이 분산된 탓이 크다.

LEU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약 6%의 지지율을 보였다.

우파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정당들이 대(對)EU 정책, 연금 정책 등 핵심 의제를 놓고 큰 이견을 보이는 만큼, 총선 이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FI와 렌치 전 총리의 민주당이 전격 손을 잡고 독일식 대연정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당사자들의 거듭되는 부인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FI는 EU에 대한 시각과 주요 정책에 있어 극우인 동맹, 이탈리아형제들보다는 민주당과 더 많은 접점을 공유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탈리아는 5년 전 총선에서도 중도좌파연합과 중도우파연합이 각 30%에 조금 못 미치는 득표를 해 '헝 의회'가 현실화하자, 2개월여에 걸친 교섭 끝에 좌우 대연정 정부를 출범시킨 바 있다.

어쨌든, 5일 오전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최종 투표 결과에 따라 짧게는 수 주, 길게는 몇 달씩 이탈리아 공화정 수립 후 65번째인 정부 구성을 위한 각 정당의 치열한 물밑 협상이 이어지며, 이탈리아에는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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