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근현 감독 오디션 발언 "감독이 원하는 건 잠자리…그 여지를 열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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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이 오디션에서 신인 여배우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 감독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오디션 당시 조근현 감독이 했던 발언이 기록된 음성녹취 파일을 확보했다.

신인 여배우 A씨는 두 어 달 전, 조근현 감독이 연출하는 한 뮤직 비디오 여주인공 오디션에 참가했다. 조근현 감독은 뮤직비디오 오디션이라는 명목 하에 유명 여배우들의 사생활 등을 거론하며 “남자 감독들이 원하는 건 잠자리이며, 여배우들은 그 여지를 열어줘야만 캐스팅되기 수월하다.”는 류의 발언을 했다.

A씨는 오디션 직전 휴대전화기에 대화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과 단축번호 하나면 경찰이 출동할 수 있는 신고 어플리케이션을 각각 다운로드했다. 오디션이 오피스텔에서 단 둘이 진행된다는 설명을 듣고 불안한 마음에 이 같은 조치를 한 것. A씨는 최근 불거진 #미투운동 이후 조근현 감독의 공식적인 사과없이 흐지부지 넘어가자, 자신이 간직했던 녹취파일을 SBS funE 취재진에게 전달했다.

“내가 여배우 ▲▲▲과 사귀었다. 그런데 너무 답답했다. 교사나 하면 딱 좋을 보수적인 성격이었다. 그와 사귈 때 당시 영화 여주인공을 ▲▲▲으로 바꿔버렸다. 내 권력으로. 괜히 바꿨다. 그거 찍고 헤어졌다.”

조근현 감독은 배우 유명 여배우들의 사생활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신인배우들에게 언급했다. 한 유명 배우가 신인 시절 유명 감독과 육체적 관계를 맺었고 이로 인해서 톱스타가 됐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 바닥은 본능이 강한 사람(여배우들)이 살아남는다. (중략) ◆◆◆은 보조출연자였는데 영화감독들의 술자리에 끼었더라. 그날 □□□ 감독을 자빠뜨려서 이후 작품에서 여주인공이 됐다. 연이어 대형 작품에 캐스팅 됐고 그걸로 게임이 끝났다.”

특히 조 감독은 영화계 관행이라는 허울 아래 여배우들을 성적인 대상화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남성 중심적인 영화제작 환경에서 여배우가 배역을 위해서라면 성적 어필을 해야 한다며 오히려 오디션에 참가한 신인배우에게도 태도를 고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연기를 하는 것과 캐스팅이 되는 건 완전히 별개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연기할 기회가 주어져 자기 매력을 드러내야 하고, 타인에게 보여주려면 기회를 얻어야 한다.(중략) 감독들은 다 똑같다. 남자의 어떤 지점을 건드려 줘야 하는데 저질 감독이든 세계적인 감독이든 다 똑같다. 남자들이 원하는 건 잠자리 아니겠나. 그 여지를 열어줘야 한다. 접근하기에 좀 더 쉽고 편한 표정과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모범적이고 단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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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따르면 1시간 넘는 오디션에서 조근현 감독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언급한 건 5분 남짓. 조근현 감독은 전체 대화 가운데 80% 이상을 여배우들과 감독들의 사생활과 관계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언급하며 ‘여배우로서의 태도와 자세’를 강조했다.

A씨는 “처음엔 ‘영화계 현실이 이런 건가’하고 듣다 보니 점점 내용이 이상한 쪽으로 흘렀다. 특히 여배우의 성적인 얘기만 해서 이상한 마음에 녹취 버튼을 눌렀다.”면서 “며칠 동안 캐릭터를 고민하고 연기를 준비해갔던 뮤직비디오 연기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고 여배우는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는 감독에게 성적 어필을 해야 한다는 조언에 ‘아 뭔가 잘못됐구나’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조근현 감독의 오디션 성희롱 논란은 지난 1월, 오디션에 참가했던 또 다른 신인 배우가 SNS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영화 '흥부' 제작사는 이와 관련해 조 감독에게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홍보일정에서 조근현 감독을 배제했다. 조근현 감독은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오해지만 불쾌했으면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뒤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투운동을 통해 또 다른 오디션 참가자가 등장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조근현 감독은 오디션 성희롱 발언 관련해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은 상태다.

사진=김현철 기자 

(SBS 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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