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김영철에 ‘북핵 방법론’까지 설명…2단계 해법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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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면전에서 '비핵화'라는 용어는 물론 비핵화 방법론까지 거론하면서 북한을 북미대화의 테이블 한쪽에 반드시 앉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북미 양측이 대화로 가는 길목에서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찾아든 남북화해 기류를 북미대화로 연결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절박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문 대통령은 25일 강원 평창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북한이 미국과 무릎을 맞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단순히 북미대화의 필요성만 언급한 게 아니라 북미대화의 핵심 주제인 비핵화와 그 방법론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단순히 원론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말뿐 아니라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그 방법론까지 언급했고, 김 부위원장 일행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간 비핵화 거론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일으켜왔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이를 언급하고 북한 대표단이 경청했다는 것은 함의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문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명'을 받아 방남한 김 부위원장에게 그간 구상해왔던 비핵화 방법론을 거론하고 김 부위원장이 이를 경청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방향타인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를 부풀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은 줄곧 강조해왔던 '2단계 북핵 폐기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단계별 상응 조치를 협의해 나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작년 11월 14일 필리핀 순방길에 기자간담회를 하고 "북핵을 동결하고 완전한 폐기로 나아가는 식의 협의가 되면, 그에 상응해 우리와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동결→폐기'라는 2단계 북핵 해법에 따라 단계별로 북한에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미국 등과 함께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구체적인 설명은 작년 6월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전용기에서 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북한이 추가적인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 동결 정도는 약속을 해줘야 본격적인 핵 폐기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 동결을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입구라고 생각한다면 동결에서 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가지 단계에서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핵 동결을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입구로 인식한 문 대통령의 구상은 미국 입장에서도 수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방한했던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평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그것은 생산적인 대화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일련의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이는 문 대통령의 비핵화 논의 입구인 '핵 동결'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북한을 설득하는 한편으로 미국을 향해서도 비핵화 대화 시작 조건의 간극을 최소화하려는 '중재 외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접견하면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것 역시 북미 양측을 향한 압박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남북 간 해빙 무드가 북미 간 탐색 대화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향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롯한 '판'을 깰 소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문 대통령은 극도로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중재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은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라고 했다. 대통령 본인이 누구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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