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입시험 바칼로레아 확 뜯어고친다


프랑스가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eat)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급격한 변화에 반대하는 프랑스의 학생단체와 교사 노조가 잇따라 집회를 여는 등 33년 만의 대대적인 대입제도 개편을 놓고 찬반양론이 맞부딪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중등교육 및 대입제도 개편안의 초안이 마련돼 정부가 의견수렴 작업에 들어갔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릴 캠퍼스의 피에르 마티오 전 학장의 주도로 교육부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인문(L)·사회경제(ES)·자연과학(S)으로 나뉜 바칼로레아의 응시부문별 구분이 없어진다.

현재 한 학생이 총 10∼15개의 시험을 보는 것을 대폭 줄여 응시 과목을 절반가량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아울러 프랑스는 학생들에게 미리 2개의 주전공 분야와 2개의 부전공 분야를 미리 선택해 고교 졸업연도에 시험을 치르게 할 계획이다.

고교 과정도 이에 맞춰 기존의 인문(L)·사회경제(ES)·자연과학(S) 계열 구분을 없애고 15∼17개의 다양한 학제간 전공을 개설해 선택하게끔 할 방침이다.

현재 고 2 말에 치러지는 바칼로레아 프랑스어 시험은 현행대로 유지하며, 바칼로레아를 통과하지 못한 수험생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시행하는 재시험은 없애기로 했다.

아울러 최종시험의 점수만 기재하는 현행 방식에서 고교 최종 2년간의 모든 시험점수와 결과를 기재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현재 6일 동안 한꺼번에 시험을 치르는 방식을 탈피해 몇 달에 걸쳐 분산 실시하는 방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1995년 이래 변화가 거의 없었던 바칼로레아의 모습이 급격히 바뀌게 되는 셈이다.

바칼로레아는 프랑스대혁명 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황제로 재위한 제1제정 때인 1808년 시작돼 2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입 자격시험이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항상 알고 있는가?'와 같은 난해하고 철학적인 주관식 서술형 문제로 유명하며, 만점의 절반을 넘기면 통과하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바칼로레아가 현 대학 교육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공약했다.

그 첫 번째 구상으로 프랑스 교육부는 지원자가 정원을 넘겨 몰리는 대학들이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하는 방식을 폐지한다고 이미 발표했다.

학교 성적과 활동기록, 학교의 학생에 대한 평가를 참고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입학이나 조건부 입학, 불합격자를 가리도록 허용한 것으로, 대입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내용의 대입제도 개편의 윤곽이 나오자 교육계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교장노조 SNPDEN은 "바칼로레아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방향"이라며 환영했지만, 중등교사노조 SNES-FSU는 "폭넓은 전인교육의 자리에 고도로 전문화된 교육이 들어서게 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반대했다.

중·고교생 단체와 교사 노조 등은 지난 1일에 이어 6일에도 파리와 마르세유 등 대도시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바칼로레아 개편 구상에 반대했다.

프랑스 교육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대입제도 및 중등교육 개편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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