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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1987,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고문 가담한 경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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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영화 '1987'이 개봉하면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달 초에는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해 목숨을 잃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들이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도 시작됐습니다.

경찰이 은폐하려고 했던 박종철 열사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한 최환 검사 등의 근황도 전해졌는데요. 당시 직접 고문에 가담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올해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맞아 SBS 취재진은 당시 고문에 가담했던 경관들의 행적을 추적해왔고 그중 일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 고문치사 사건 이후 구속된 강진규…고문 가담자 더 있다는 '비망록' 작성?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 군이 심한 고문 끝에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의 경찰청인 치안본부는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거짓말까지 내놓으며 고문치사를 단순 쇼크사로 조작, 은폐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은 거세졌고 이에 치안본부는 고문 가담자를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 경사로 한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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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조 경위와 강 경사는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그리고 SBS 취재진은 당시 두 사람을 담당했다는 전 영등포 교도소 교도관 소영환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소 전 교도관은 경찰에서 막내와 다름없던 경사 계급에 서른 살이었던 강 씨가 수감 직후부터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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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전 교도관의 제안에 강 씨는 편지지 5장, 앞뒤로 10쪽 분량으로 고문치사 사건의 경위를 적어 전달했다고 합니다. 소 전 교도관은 원본 대신 31년 전 자신이 옮겨 적은 비망록 내용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는데요. 비망록에는 당시 박종철 군을 어떻게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상세히 적혀 있었고 앞서 구속된 경관 2명 외에 고문에 가담했던 황정웅, 반금곤, 이정호의 이름도 적시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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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망록 1월에 이미 법무부까지 갔다는데, 검찰은 2월 말에야 알았다?

SBS 취재진은 강진규 씨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는데요. 처음에 강 씨는 소 전 교도관이 보관 중인 비망록을 작성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필적이나 대공분실 상황에 대한 상세한 기술을 근거로 여러 차례 묻자 비망록 작성을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강 씨는 "역사의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어렵게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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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가 비망록을 소 전 교도관에게 넘긴 것은 1987년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입니다. 그리고 비망록을 전달받은 소 전 교도관은 바로 상부에 보고했고 법무부까지 전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문 경찰관이 더 있단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이 1987년 2월 27일이라는 검찰의 주장보다 앞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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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동 대공분실 2인자였던 전 모 씨…구속되지 않은 이유는?

취재진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남영동 대공분실의 수사단장이었던 전 모 씨도 만났습니다. 전 씨는 당시 대공분실의 1인자였던 박처원 처장 바로 밑에서 일했던 인물입니다. 전 씨는 사건이 터진 직후 치안본부에 사표를 낸 뒤 죄책감에 시골에 내려와 자중하며 살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전 씨는 남영동을 "악명 높은 곳"이라고 기억하며 자신은 물고문과 전기고문에 반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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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987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모 미사에서 경찰의 축소·은폐를 폭로하고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박종철 군을 고문했던 박처원, 유정방, 박원택 등이 구속됐습니다. 전 씨는 당시 유일하게 구속되지 않은 대공분실 소속 사람인데요. 당시 검찰은 전 씨가 부임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데다가 교육 담당이었기 때문에 고문이나 조작, 은폐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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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김종원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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