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37명 희생자 모두 모두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습니다. 특히 30년 가까이 환자들을 돌봐왔던 한 간호사는 마지막까지 환자 곁을 지키다가 오늘(26일) 뒤늦게 구조됐지만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끝내 숨졌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정성진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기자>
김 간호사의 어머니는 오늘 아침 7시 35분쯤 딸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영상 전화를 받았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입니다.
김 간호사는 전화통화에서 엄마를 애타게 찾듯이 외쳤다고 셋째 여동생이 전했습니다.
[김 모 씨/김 간호사 여동생 : 언니가 엄마한테 전화를 했거든요. '엄마, 엄마' 하고 그렇게 (통화가) 끝이에요.]
하지만 영상 통화 화면은 온통 시뿌연 연기로 가득했고, 김 간호사의 어머니는 딸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김 모 씨/김 간호사 여동생 : (영상통화 속 화면이) 새까맣게 타오른다고 해야 하나, 연기가 하늘로 완전히 병원 자체가 연기로 덮혔다 해야하나….]
김 간호사를 찾기 위해 병원을 찾은 가족들은 오전 10시쯤 병원 길 건너 노인회관에서 쓰러져있는 김 간호사를 발견했습니다.
허리에 화상을 입고 손 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었다며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쓰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고 말합니다.
[김 모 씨/김 간호사 여동생 : (노인회관에 누워 있는 언니의) 얼굴을 만져봐도 따뜻하고, 몸도 따뜻하고, 그러니까 살아 있는 걸로 생각하죠. 사망한 게 아니라고, 살아 있다고 그래서 119 부른 거죠.]
20살에 간호조무사로 시작해 30년 가까이 환자를 돌봐 온 김 간호사는 여러 희생자가 나온 세종병원 2층 책임간호사였습니다.
유가족들은 평소 책임감이 강한 김 간호사가 마지막까지 환자들과 함께했을 거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김 모 씨/김 간호사 여동생 : (김 간호사는) 환자와 결혼한 사람입니다. 책임감이 너무 넘친다고 할까, '나 아니면 안 된다', 그걸로 평생 산 사람입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김세경, 영상편집 : 이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