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 운동을 전세계에 알려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렸던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추모시설이 국내에 생길 전망이다.
국가보훈처는 24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힌츠페터의 추모 시설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힌츠페터의 이야기는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의 천만 흥행으로 널리 알려졌다. 독일 제1공영방송 일본 특파원으로 있던 힌츠페터는 1980년 5월 20일 광주의 참상을 취재하기 위해 김사복 씨가 모는 택시를 타고 광주로 향했고, 그곳에서 벌어진 계엄군의 학살과 시민 항쟁을 영상에 담아 전세계에 알렸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힌츠페퍼와 김사복 씨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특히 힌츠페터를 국립 5·18 민주묘역에 안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현행법상 외국인은 민주유공자로 인정되지 않아 국립 5·18민주묘지에 힌츠페터의 유해를 안장할 수는 없다.
보훈처 관계자는 "법적으로 힌츠페터의 유해를 안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며 "이에 국립5·18민주묘역에 추모시설 설치 등을 검토하게 됐다"고 전했다.
힌츠페터는 '죽음의 공포를 무릅쓴 치열한 기자정신으로 한국인의 양심을 깨워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공로로 2003년 11월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내가 죽게되면 5·18이 있었던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2016년 5월 고인의 머리카락과 손톱 등 유품이 광주 망월동 옛 5·18 묘역에 안장됐다.
'택시운전사'의 흥행을 기념해 지난해 8월 힌츠페터의 아내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드가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