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 범죄가 잊을만하면 발생한다.
얼마 전 경기도 용인시에서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을 죽인 후 돈을 빼내 해외로 달아난 아들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경남 진주에서 친구를 시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들이 붙잡혔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친구를 시켜 단독주택에 혼자 살던 자신의 어머니(63)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A(39) 씨를 구속하고 22일 현장검증을 했다.
A 씨는 범행을 줄곧 부인했다.
그러나 A 씨로부터 범행을 사주받았다고 진술한 친구 B(39·구속)씨는 "A 씨가 지난달 '어머니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다'거나 '교통사고나 방화로 어머니를 살해해줄 수 없겠느냐'란 말을 한 적이 있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경찰은 과거 A 씨가 조현병 증세를 보이던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이 어머니가 거주하던 집을 본인 명의로 바꾼 점 등에 미뤄 경제적 이유로 범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최근 A 씨가 B 씨에게 1천200만원을 건넨 것도 어머니를 살해한 대가인 것으로 의심했다.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몹쓸 죄를 지은 사람 얼굴을 왜 가려서 보호해 주나? 얼굴을 공개하라"며 분노했다.
한 주민은 "우리 동네에서 살인사건은 처음 발생했다"라며 "평소 말없이 동네를 거닐던 할머니 모습이 생각나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배 아파 낳아주신 부모를 어떻게…"라며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범죄는 결코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분개했다.
다른 네티즌은 "효도는 못할 망정 부모님을 죽이다니 눈앞이 캄캄하다"며 "인륜을 저버린 범죄는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지난해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 3명을 아들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성관(35)은 지난해 10월 21일 모친(55)과 계부(57), 이부(異父) 동생(14) 등 3명을 흉기로 살해했다.
범행 당일 모친 계좌에서 1억2천만원을 빼낸 그는 범행 사흘 뒤 아내와 자녀 2명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현지 당국에 체포된 후 이달 초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해 신상공개결정위원회를 열어 김 씨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정불화나 금전 문제로 존속살해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라며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A씨가 뜻한 바를 이루는데 자신의 어머니가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범행을 사주했을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