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새마을금고 내부 고발자들, 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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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벌어진 이사장의 '개고기 갑질' 논란을 지난해 10월 중순 보도해 드렸으니 벌써 석 달이 지났네요. 보도 이후에 저는 최소한 논란의 당사자인 이사장 A 씨가 직원들에게 사과라도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직원들로부터 들려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사과는커녕 내부 고발자 색출과 함께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A 씨가 '보복성 인사'를 자행해서 상당수 직원들이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리마저 들려옵니다. <

▶ 내부고발 그 후…찍어내 보복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 후속 기사가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 내부 고발 그 후 '고발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개고기 갑질' 보도 이후 이사장 A 씨와 그의 측근이 벌인 일들을 우선 나열해보겠습니다.

# A 씨는 내부 고발에 가담한 임원에게 "당신이 행정안전부(새마을금고를 관리 감독하는 최상위 기관)에 민원 낸 것 알고 있다. 12월(2017년) 말까지 거취를 결정해라"라는 통보를 합니다.

# A 씨의 측근은 내부 고발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장님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같이 근무할 거야. 어떤 직원이 어떻게 진술했고, 어떻게 경찰 조사받았는지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다 알아."라고 협박과 회유까지 일삼았죠.

# 지금 말씀드리려는 조치는 단연 압권입니다. 이 새마을금고에 근무하는 직원은 20~22명입니다. 그중에 17명이 A 씨의 '갑질'과 '탈법'을 참다못해 경찰에 연대 고발을 하고 SBS에도 함께 제보를 했는데요. A 씨는 보도한 지 보름 정도 지난 11월 초 10명의 신규 직원을 새로 채용합니다. 이들은 모두 6개월 이내 시간제 직원들입니다. 현 직원 수의 절반 안팎을 이렇게 갑자기 뽑은 이유가 뭘까요.

취재를 해보니, 시간제 직원들은 4개 지점의 창구 전면에 배치됐습니다. 그 옆에는 기존 직원들(대부분 내부 고발에 가담한 직원들)이 별도 책상 없이 의자에 앉거나 서서 이들에게 업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원래 하던 일을 시간제 직원들에게 내준 셈이죠.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앳된 얼굴의 이들에게서 불편한 기색이 엿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제 직원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확인해보니 통장 개설과 해지, 예금 · 적금 업무, 보험 해약 등을 처리하고 있더군요. 이상합니다. 새마을금고 내부 규정은 고객 자산 업무만큼은 정규직과 시간제 직원 간 구분을 명확히 해놓고 있는데, 시간제 직원들은 이런 업무를 다룰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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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직원들에게 맡겨서는 안 되는 업무를 왜 맡겼느냐는 질문에 A 씨의 대답은 황당합니다. "규정 같은 건 모르겠고 올 3월 신규 점포를 만드는 데 인원이 필요해 충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보복 인사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해당 시간제 직원들은 올 4월이면 계약 기간이 끝납니다. 6개월 연장을 한다 하더라도 정규직이 아닌 이상 기본 창구 업무를 맡을 수 없다는 뜻이죠.

신규 점포에 이들을 어떻게 배치한다는 뜻인지 저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내부 고발한 직원들 보란 듯 시간제 직원을 대거 채용한 뒤 규정에도 어긋난 업무를 시키는 이런 행위가 '보복 인사'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 '보복 인사'일까요. 게다가 이사장의 지시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시간제 직원들의 앞날은 또 어떻게 될까요.

● 새마을금고 중앙회, '원격 감사' 후 "문제없다"

각각의 법인인 단위 금고에 대해 감사 등의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은 바로 새마을금고 중앙회(이하 중앙회)입니다. '개고기 갑질'에 대해 경찰이 강요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중앙회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사장 A 씨는 내부 고발자 색출과 협박에 '보복성 인사'까지 자행했죠. 직원들은 견디다 못해 중앙회에 몇 번이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중앙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왔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시간제 직원을 대거 채용한 게 업무상 필요했다고 쳐보죠. 그렇다면 중앙회가 시간제 직원에 대해 금지하고 있는 업무를 A 씨가 버젓이 시키고 있는 부분은,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사안 아닐까요? 그럼에도 중앙회 측은 현장 방문 조사 한 번 없이 '문제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민간인인 저도 현장에서 불과 20분 만에 통장을 개설해주는 시간제 직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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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중앙회에 자정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듭니다. 지금 전국 1천2백여 개의 새마을금고가 서민 금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S.0.S를 외치는 직원들보다 이사장에게 더 기울어져 있는 중앙회. 혹시 중앙회 회장을 선출하는 투표권이 3백50명의 이사장에게 있다는 사실, 이 350명이 포함된 전국 1천2백여 명의 이사장 사이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이런 반복적인 비상식적 감사 결과를 가져온 건 아닐까요?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많은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용기 내 제보를 주시고 있습니다. 합격자를 내정해뒀다는 금고, 이사장의 눈 밖에 나면 용서 받을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사과를 구해야 한다는 금고, 감정평가사가 설정한 대출액을 완전히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대출액을 결정한다는 이사장, 자신의 건물의 담보 대출을 높이기 위해 온갖 편법을 썼다는 금고…. 하나하나 검증을 해나갈 겁니다. 문제점이 개선될 때까지 당분간 새마을금고에 집착하겠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이사장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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