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내주 첫 고위급 회담 개최에 합의하는 등 해빙 무드가 조성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식 강경한 대북 노선이 오히려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 5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정치평론가인 애덤 테일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년간 직면한 외교 위기 중 대북 문제를 1순위로 꼽은 뒤 "임기 1년이 끝나는 지금, 외교를 경멸하며 자신을 사업가이자 싸움꾼으로 칭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방관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남북 간에 대화 재개를 위해 급박하게 전개된 상황을 전하며 "일련의 모든 사건은 의사결정이 워싱턴DC보다는 평양과 서울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김정은이 대화 제안의 신호를 보낸 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북한 선수와 대표단 참여가 북한의 도발을 막고 향후 대화 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바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환영하며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합의하는 등 뒤늦게나마 반전을 보이긴 했지만, 김 위원장의 신년사 가운데 '핵 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는 대목에만 초점을 맞추며 "내 핵 버튼이 더 크고 강력하다"는 트윗을 발신한 것은 특유의 화법에 비춰보더라도 '놀랄 정도로 비외교적인 언사'라고 테일러는 비판했다.
테일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이 가진 또 하나의 중대 위험요소로 '한국 내 반감'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지지자들은 전쟁을 위협하며 제재를 최대한 높인 그의 노선에 대해 가능한 많은 압박을 가해 대화를 견인하려는 차원이라고 변호하고 있지만, 우발적 핵전쟁에 대한 위험은 별도로 하더라도 이 노선에는 중요한 결함이 있다"며 "만일 한국이 등을 돌리면 어떡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민의 4분의 3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위험하다'고 응답한 한 여론조사를 거론, "많은 한국민, 특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에 실망해왔다. 전쟁이 나면 비무장지대(DMZ)에서 불과 30마일 떨어진 수도권에 사는 2천500만 명의 사람들도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폐기까지 협박하며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멀어지게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미 리더십 간 틈이 더 벌어진다면 북한에 핵무기 개발 시간을 더 벌어주는 꼴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대화 제안 의도를 둘러싼 미국 내 엇갈린 평가를 소개하며 "어찌 됐든 미국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일방주의가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다음 주 남북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대화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멀리서 지켜보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세계 무대에서 더욱 고립시키길 바라왔지만, 정작 소외되는 건 미국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