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무대미술의 개념을 소개한 '1세대 무대미술가'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원로 연극인 이병복 씨가 향년 90세로 별세했습니다.
고인은 1947년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기념 공연인 '윈더미아 부인의 부채'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무대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한국 추상회화 1세대 화가인 권옥연과 결혼한 후 1957년 남편과 함께 프랑스 파리 유학을 떠나 조각과 의상을 공부했습니다.
귀국 후 1966년 연출가 김정옥과 함께 극단 자유를 창단했습니다.
배우 박정자, 김용림, 김혜자, 최불암, 고 윤소정 등이 자유의 창단 멤법니다.
이후 2006년까지 40여 년간 극단을 이끌었고 수백 편의 작품에서 의상과 무대미술 전반을 전담하며 '연극계 대모'로 불렸습니다.
이병복 씨는 창의적인 무대의상과 함께, 한국 연극계에 무대미술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하고 소도구를 무대미술의 개념으로 확장하며 무대미슬과 의상을 '1세대 무대미술가'로 평가받습니다.
1968년 이 씨가 서울 명동에 세워 1975년까지 운영했던 소극장 '까페 떼아뜨르'는 우리나라 소극장 운동의 효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00년에는 고택을 보존하는 '무의자 박물관'을 개관해 운영해 왔으며 2012년부터 무의자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1987년에는 한국무대미술가협회를 만들고 회장직을 맡았으며 1988년 세계무대미술가협회에 가입해 국내 무대미술계를 외국에 소개하고 교류를 추진했습니다.
이후, 4년마다 열리는 체코 프라하 세계무대미술 경연대회에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연속으로 한국이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선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 무대미술상, 동랑예술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김정옥 연출과 호흡을 맞췄던 '따라지의 향연'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아가씨 길들이기', '도적들의 무도회'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