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어기면 자진 퇴사' 서명받은 직장…"양심의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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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규정과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스스로 퇴사하겠다는 서약을 직원들에게 받은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규정 어길 시 자진 퇴사'를 골자로 한 시설내부규정을 폐기하고 이를 직원에게 통지하라고 서울에 있는 한 노인요양원에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 요양원 시설내부규정은 ▲ 시설의 제 규칙과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규정을 위반한 경우 ▲ 직원 상호 간 업무 비협조적인 태도 등으로 갈등과 불화를 조장하고 조직 분위기를 저해하여 센터의 정숙과 안정을 해치는 경우 ▲ 상사에 대한 비방 또는 시설에 대한 불만 토로 등으로 위계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내부 분란을 조성하는 경우 등 14가지 물의를 빚으면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고 스스로 퇴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요양원은 올해 4월 소속 직원 54명에게 이 같은 '자진 퇴사서약'을 서명받았다.

이 같은 일은 익명의 제보자가 "요양원이 내부 규정을 만들어 서명을 받고, 반성문을 작성하게 한다"며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제보함으로써 알려지게 됐다.

시 감사위원회는 이 사안이 인권침해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시 인권담당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위원회는 "내부 규정에 따라 처벌과 자진 퇴사를 동의하도록 한 것은 관련 근거도 없이 직원에게 내심의 판단을 외부에 표현하도록 사실상 강제한 것"이라며 "근로계약관계에서 근거 규정도 없이 직원에게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양심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서울시, 소속기관, 시의 지원을 받는 시설 등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해 시정권고를 해 인권침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제도다.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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