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사장님 댁 김장 도와라"…'직장 갑질'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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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공식 출범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한 직장인이 털어놓은 사례입니다. 사회적 강자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약자에게 부리는 횡포인 '갑질'이 직장에도 만연한 겁니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알바노조 등 비정규직 노동 단체의 활동가와 노무사, 변호사, 노동전문가 등 241명으로 구성된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뒤 10일 만에 591건의 직장 내 갑질 관련 상담이 접수됐습니다. 직장갑질119의 오픈 채팅방과 이메일에는 갑질을 당한 직장인들의 고민과 고발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직장 내 갑질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 "초과수당? 그런 게 어딨어!"…'공짜 야근' 시달리는 직장인들

직장갑질119가 지난 10일까지 접수된 직장인들의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임금을 떼였다'는 사례가 112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상사 또는 동료로부터 '괴롭힘·따돌림을 당했다'는 상담이 108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야근을 강요하거나 휴일에 업무를 시키는 등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출산·육아 휴직을 통제했다'는 고충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직장 내에서 '성희롱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례도 18건이나 접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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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에이전시에 근무한다고 밝힌 한 직장인은 직장갑질119 오픈 채팅방에 "직원 전체가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야근수당도 받지 못하고 새벽근무에 철야까지 한다"고 털어놨습니다. 포괄임금제는 임금에 연장·야간 등 초과근로수당이 포함된 근로계약 형태입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임금산정방식으로 일각에서는 '공짜 야근'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또 다른 직장인은 "매일 야근을 자정까지 하고 일요일 저녁 11시에 상사의 전화를 받지 않아 욕설을 들었다"며 "퇴근할 때는 운전할 힘도 없어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대리기사를 불러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 "유혹하는 표정 지어라"…간호사들에 '선정적인 장기자랑' 강요

도를 넘은 직장 갑질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은 '일송가족의 날'이라는 재단 행사에 병원 간호사들을 강압적으로 동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장기자랑 때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하고 춤을 추도록 했다는 주장이 직장갑질119를 통해 제기됐습니다. 키와 몸무게 등 몸매를 기준으로 장기자랑에 참가하는 간호사를 선발하고, 업무시간 뒤와 휴일에도 장기자랑 춤 연습을 하게 했다는 겁니다.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동안 정시 퇴근을 할 수 없었는데 병원 측이 심지어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성심병원 측은 진위를 파악하고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사람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입니다. 대전에서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간호학과에서 배우고 있는 것들과 다른 모습에 매우 씁쓸했다"며 "간호인이 좀 더 존중받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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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오진호 운영위원은 SBS와의 통화에서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재단 행사에 선정적인 옷을 입고 춤을 췄다는 내용이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접수된 제보는 더 있다"며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임신한 간호사에게 나이트 근무를 강요하고 비품을 사비로 구매하게 하는 등 밝혀져야 할 갑질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 "갑질 피해 주변에 알려라"…피해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직장 갑질의 경우 사건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은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갑질은 피해자가 저항하기 힘들다는 구조적 특수성이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공론화했다는 이유로 징계나 해고를 당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갑질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려는 상사의 태도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고, 피해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직장갑질119 정현철 운영위원은 "자신의 근로계약서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취업 규칙을 읽는 것만으로도 노동 환경이 나아질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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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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