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 급한 불 끈 베네수엘라 160조 원 채무조정 협상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경제난과 금융위기를 겪는 베네수엘라가 채무조정에 나선다.

3일(현지시간)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국영 TV에 출연,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가 만기도래한 11억7천만 달러(약 1조3천억 원)의 채무를 갚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면서 앞으로 대외 채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향후 채무 상환과 관련해 채권자들과 조정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고 있는 모든 대외 부채를 재조정하고 재융자하도록 명령했다"면서 "우리는 전 세계의 금융탄압에 직면해있다"고 말했다.

향후 채무조정 협상은 타렉 엘 아이사미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맡는다.

하지만 엘 아이사미 부통령이 미국의 제재 대상목록에 올라있기 때문에 채권단과 협상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PDVSA가 지난달부터 7개 채권금융사에 5억9천만 달러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채권도 90억 달러에 달해 국제 금융계에서는 베네수엘라의 국가부도(디폴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그간 러시아와 중국 등 전통적인 사회주의 우방국의 도움에 기대 디폴트 위기를 잘 견뎌왔다.

그러나 지난 8월 미국이 자국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베네수엘라와 금융거래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재를 가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신규 자금 대출을 꺼리면서는 베네수엘라의 금융위기는 더 악화했다.

국제 금융계 안팎에서는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외환은 10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총부채는 1천430억 달러(159조5천16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총부채의 절반가량은 달러 채권이다.

지난 2014년 이후 국제유가 하락 속에 베네수엘라 경제 성장률은 35%나 감소했다.

국제유가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내년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2천30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가부도 위기속에 마두로 정권의 친서민 복지정책은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최저임금과 은퇴 연금을 각각 30% 인상하고 400만 가구에 특별 성탄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에게는 인형을 선물하고 모든 가구에 돼지 어깨 고기 등을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베네수엘라 야권과 영어권 보수 매체 등은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경제 위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다음 달 치러질 시장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 앞서 민심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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