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연기가 재밌다"던 故 김주혁, 아직 못다한 계획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연기가 재밌다. 현장에서 모든 화음이 잘 맞는다고 느낄 땐 굉장한 희열을 느낀다. 촬영현장이 좋다. 친구들과 따로 만나 수다떨고 노는 것보다 100배 더 재밌다.”

故김주혁은 여전히 연기가 재밌다는 배우였다. 연기하는 아버지를 뒀기에 어릴 적부터 연기를 접했고, 본인 스스로도 데뷔한지 20년이나 됐지만, 그 세월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연기에 목말라 있던 천상 배우였다.

배우 김주혁이 지난 30일 거짓말같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곁에서 함께 세월을 보낸 업계 관계자들도, 한번이라도 그를 만나 인터뷰하거나 취재를 했던 언론도, 그의 연기와 ‘구탱이형’의 매력을 좋아했던 대중들도 모두 충격에 빠졌다.

일반 대중이 고인을 떠올릴 수 있는 최근 작품은 드라마 ‘아르곤’이다. 약 한달 전 종영한 이 드라마에서 그는 후배들로부터 ‘사이코’라 불릴 정도로 신경질적이고 깐깐하지만,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신념 앞에 든든하게 팀을 이끄는 탐사보도 팀 아르곤의 팀장 겸 기자 김백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수트를 입고 앵커석에 앉아 냉철한 표정으로 뉴스를 전하는 모습, 권력의 편에서 압력을 가하려는 상부에 대항하는 저돌적인 모습,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후배들을 채찍질하는 모습, 딸에 대한 미안함에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모습 등 김주혁이 김백진으로 분한 모습들 하나하나는 모두 인상적이었다.

4년만의 드라마 출연이 성공적이라 평가받았던 그는 드라마 종영 후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땐 몰랐다. 그 언론 인터뷰가 그의 마지막 인터뷰가 될 지는.

당시 인터뷰에서 고인은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와의 각별한 인연을 전하기도 했다. 김주혁과 김종도 대표가 함께 해온 시간과 친분은 업계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그 돈독한 친분을 바탕으로 김종도 대표는 김주혁의 ‘1박 2일’에 출연한 적도 있다.

김종도 대표와 함께 한 지 곧 20년이라는 김주혁은 “내년에 20주년 파티를 할 거다. 나와 형과의 관계는 좀 다르다. 진심으로 친동생-형으로 생각한다. 너무 친하다보니 오히려 서로 챙기지도 않는다. 내년에 같이 기념화보도 찍고, 사람들도 불러 크게 파티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 세상에 없다. 김종도 대표는 고인의 장례를 준비하며 침통에 빠져있다.

김주혁은 드라마 ‘아르곤’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김백진의 말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그거 하나만이라도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드라마가 아니라. 사람들이 드라마 딱 끝나고 그 여운이 오래 갔다고 하더라. 그거면 충분하다.”

연기를 사랑하고 주변에 배려심이 넘쳤던, 인간적인 배우 김주혁. 그에 대한 여운은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