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에 서방 업체 부품도 사용…中·동남아 기업 통해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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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방의 메이저 군수업체로부터도 미사일 부품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은 29일(현지시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조정관인 휴 그리피스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유엔 대북제재위 조사관들은 지난해 2월 한국이 회수한 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 4호' 추진로켓 잔해물 중 일부 부품에서 제조사 로고와 일련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로켓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시험하는 자리였다고 CBS는 전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회수한 부품들의 원산지와 공급망을 추적한 결과 증압기라는 이름의 한 부품이 서방의 유명 기업 제품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그리피스는 인터뷰에서 "제조사는 대서양 건너편(유럽)의 메이저 방산업체로, 미국 방산시장에서도 최대 기업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로켓에서 발견된 증압기는 영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제조사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유엔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CBS는 밝혔습니다.

그리피스는 증압기가 영국에서 타이완까지 합법적으로 운송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로열 팀 코퍼레이션'이라는 한 그룹이 무역박람회에서 증압기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증압기는 민간 물자이면서도 군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이중용도'(dual-use) 품목이어서 추적·감시가 어렵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최근 이와 같은 이중용도 품목 32개를 북한과의 거래 금지 목록에 추가한 바 있습니다.

서방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조품이 북한으로 건너가는지 모를 가능성이 있다고 그리피스는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홍콩, 타이완, 베이징,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같은 곳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기업가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고 이런 부품들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데이비드 마틴 CBS 기자는 "그리피스는 이 모든 거래가 자신도 모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며 "그 이유를 물었더니 답은 단순명료했다. 바로 탐욕,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일부 외국 기업은 북한으로 부품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래를 도와줬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 메리 월시는 "북한이 가만 앉아서 혼자 힘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게 아니다. 그들은 전 세계의 자원에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작년 2월 광명성 4호 발사 때 한국의 잔해물 수거를 방해하기 위해 로켓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사실도 이 방송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당시 북한은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킨 뒤 로켓을 폭발시키려 했으나, 자폭 장치에 이상이 생긴 덕분에 한국이 부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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