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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실화냐 다큐냐 맨큐냐"…10대의 급식체, 유행일까? 언어파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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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시물입니다. 언뜻 봐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요. '사직서 급식체 버전'이라고 알려진 이 게시물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이 정도면 급식체 아니고 전 국민 언어 아님?"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급식체는 1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 등에서 사용하는 은어를 일컫는 말입니다. 초·중·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먹기 때문에 급식체라고 불립니다. 최근 온라인을 점령하고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한다고 알려진 급식체, 도대체 급식체는 무엇이고 단순히 10대만의 유행으로 봐도 되는 걸까요?

■ '오지다', '지리다'…급식체에도 나름의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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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체를 모르는 사람들은 '오진다', '지린다' 등의 표현이나 'ㅇㄱㄹㅇ' 등 자음으로만 구성된 어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의미가 통하지 않는 단어를 나열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급식체에는 나름의 특징이 있습니다. 급식체는 주로 초성이나 축약어를 사용합니다.

'ㅇㅈ'은 '인정(認定)'의 줄임말입니다. 'ㅂㅂㅂㄱ'이라는 표현도 자주 쓰이는데 이는 '반박불가'를 줄인 표현입니다. 'ㅇㄱㄹㅇ'은 '이거레알'이라는 의미로 어떤 내용이 사실임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레알'은 영어 단어 '리얼(real)'을 변형한 것입니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ㅃㅂㅋㅌ'가 있습니다. '빼박캔트'로 읽는 이 표현은 관용구 '빼도 박도 못하다'에 영어 단어 '캔트(can't)'가 합쳐진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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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어의 기존 의미와 다르게 사용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리다'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급식체에서는 감탄사로 사용됩니다. 비슷한 발음의 단어를 나열하는 것도 급식체의 특징입니다. 글 중간에 'ㅇㅈ?'이라는 표현을 넣어 자문자답하는 형식도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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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보다 낫지 않나요?"…은어로 공감대 형성하는 청소년들

10대 청소년들은 왜 이런 은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 사용이 급식체를 널리 퍼트리는 데 한몫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급식체는 SNS나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또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들이 급식체를 사용하면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중학생 김 모 군은 "스마트폰은 키패드가 작고 친구들과 톡을 주고받으려면 빨리 써야 하기 때문에 초성만 나열하는 급식체가 편리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학생 이 모 양은 "어른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게 좋다"며 "욕보다 낫지 않냐"고 반문했습니다. 청소년들은 급식체라는 10대의 은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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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러운 유행 vs 지나친 언어 파괴…급식체 어떻게 봐야 할까?

급식체를 보는 시선은 상반됩니다. 일각에서는 10대의 개성이 담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2000년대 싸이월드 등의 커뮤니티나 버디버디, 네이트온 메신저에서 유행했던 말투처럼 당시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언어로 보고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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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급식체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확인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생긴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부모 세대에서 표준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급식체를 못 쓰게 막고 비난하는 것은 세대 간 소통이 더 단절되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급식체가 언어 파괴의 주범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습니다. 세대 간 소통을 단절하는데다가 일부 표현에는 상대를 모욕하는 욕설과도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겁니다. '응 니애미', '응 느금마'라는 급식체는 '너희 어머니'라는 의미인데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을 무시하고 조롱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이 때문에 모욕이나 조롱의 의미가 섞인 단어까지 바로잡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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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는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또래문화에 휩쓸리기 쉽다"며 "친구들이 쓰는 말을 모르면 뒤처진다고 생각해 의미도 모르고 따라 하므로 언어 파괴를 당연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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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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