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의 최우선 정책인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비판하는 유럽연합 EU에 다시 한 번 발끈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어제(12일) 오후 대통령궁에서 EU가 필리핀 내정에 간섭한다고 비난하며, 필리핀 주재 EU 외교관들을 추방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최근 필리핀을 방문한 EU 일부 국회의원들이 필리핀이 '묻지마식' 마약용의자 사살을 중단하지 않으면 6천 개 넘은 품목을 EU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혜택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같이 반응한 것입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이 가난하기 때문에 EU가 우리 내정에 간섭한다"며, "필리핀에 원조하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지 조정하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내일 EU와의 외교채널을 끊을 수 있다"며 "EU 국가 대사들은 24시간 안에 떠나라"고 요구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 대변인은 부당한 내정 간섭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필리핀 주재 EU 대표부는 필리핀을 찾은 의원들이 EU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두테르테 대통령의 추방 발언과 관련해, 필리핀 정부로부터 아무런 공식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말 취임 이후 마약 유혈소탕전 중단을 요구하는 유엔 인권기구, 미국, EU 등을 향해 욕설도 서슴지 않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