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발생 보고를 받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하는 '세월호 7시간'이 사실은 '7시간 반'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와대는 오늘(12일) 국가안보실 공유폴더 내에서 발견된 세월호 사고 발생 보고서인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 침수, 승선원 474명 구조작업(1보)'의 보고 시점이 30분 늦게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국가안보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됐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헌법재판소에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그러나 국가안보실 공유폴더에는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 침수, 승선원 474명 구조작업(1보)'이 두 가지 버전으로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세월호 발생 당일인 4월 16일 작성된 것으로 보고 시점이 '2014. 4.16(수) 09:30'으로 돼 있었습니다.
다른 한 건은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10월 23일 작성된 것으로 다른 내용은 그대로인 채 보고 시점만 '2014.4.16(수) 10:00'으로 수정됐습니다.
촌각을 다퉈 보고해야 할 사안을 국가안보실이 스스로 대통령에게 30분 늦게 보고했다고 문서를 사후 수정한 것입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당시 1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라며 "일일이 다 설명하지 않겠지만, 왜 이런 일이 진행됐을지는 언론이 충분히 짐작하리라 본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행한 또 하나 불법행위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수정입니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대통령 훈령 등의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해 법제처장의 심의필증을 첨부,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등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수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2014년 7월 말,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지시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적법 절차 없이 수정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목할 점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수정 시기와 내용입니다.
수정한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제3조(책무) 2항'의 '국가안보실장은…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라는 대목이 삭제되고,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로 수정됐습니다.
수정 과정에서 삭제된 '컨트롤 타워'는 세월호 사고 발생 당시 국가안보실장이던 김장수 전 주중대사의 설화를 야기한 단어입니다.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일주일 뒤인 2014년 4월 23일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가안보실은 재난 관련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김장수 전 실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또 하나 수정된 문구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애초 국가위기관기기본지침 '제18조(징후 감시체계 운용)'에는 '주관기관 및 실무기관은 위기징후 목록·분석 평가 결과·조치사항 등 관리현황을 국가안보실에 제공한다'고 돼 있었으나, 이는 '주관기관 및 실무기관은 위기징후 목록·분석 평가 결과·조치사항 등 관리현황을 안보 분야는 국가안보실에,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에 제공한다'로 수정됐습니다.
이는 김 전 실장의 국회 답변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7월 10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의 청와대 기관 보고에 출석해 "법상으로 보면 재난 종류에 따라 지휘·통제하는 곳이 다르다. 청와대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애초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 타워'로 명시돼 있고, 국가안보실이 위기 관련 자료를 보고받게 돼 있는 점에 비춰보면 김 전 실장은 사실과 다른 '허위 답변'을 한 셈입니다.
주목할 것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국가위기관리지침의 수정을 지시한 시점이 김장수 전 안보실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발언이 있고 난 후인 7월 말이라는 점입니다.
뒤늦게 국가위기관리지침의 내용이 두 실장의 발언과 배치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사후 수습을 위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문제의 대목을 삭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