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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아프니까 청춘? 진짜 아프다"…20대 우울증 4년 새 20%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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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취업준비생 A 씨는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식사를 하면 속이 항상 더부룩했던 A 씨는 최근 혈변까지 보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을 찾은 A 씨는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의사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최근 20대는 N포세대라는 말로 불리기도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三抛世代), 집, 경력까지 포기한 오포세대(五抛世代)를 넘어 꿈, 인간관계 등 앞으로 얼마나 더 포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N포세대의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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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염부터 식도염까지…취업난에 속 쓰린 청년들

오랜 취업 준비와 학업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대의 건강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염이나, 역류성 식도염 등 신체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알코올 중독증 같은 정신 건강 문제도 두드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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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소화기 질환, 근골격 질환,정신 질환 등에서 20대 환자 증가율이 노인층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20대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환자는 1만 892명으로 2012년 대비 41.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염 환자 수도 69만 8,366명으로 4년 전에 비해 28.4%나 증가했습니다. 목 부위 등에서 통증을 느끼는 경추질환 환자도 27.7% 증가했고 위·식도 역류병 등 소화 계통 질환도 20.6%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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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길 잃었다"…20대 공황장애 환자 4년 만에 65% 급증

정신 건강 문제는 더 심각했습니다. 20대 공황장애 환자는 지난해 1만 3,000명에 달했습니다. 5년 동안 연평균 13.3%씩 증가해 2012년 8,000명에서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연령층이 40% 안팎의 증가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20대 공황장애 환자 수만 급격히 늘어난 겁니다.

우울증의 경우 30대 환자가 1.6% 증가하고 다른 연령대에서는 모두 감소했지만 20대에서만 22.2% 증가해 심각성이 두드러졌습니다. 알코올 중독 역시 30∼50대 환자는 모두 감소했고 표본 수가 적은 10대를 제외하면 20대에서만 20.9%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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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 취업 포탈 인터넷 카페에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관련된 게시물만 1500개에 달합니다. '우울증 같은데 병원에 가야 하나?'는 고민부터 '응원해달라'는 글까지 취업준비생들의 정신 건강이 우려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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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건강검진도 못 받는 취업준비생…아프니까 청년이다?

20대 청년들의 신체·정신 건강이 갈수록 나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트레스나 불안을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심리적 영향이 몸과 마음의 병을 만든다는 겁니다. 또 취업준비생들의 잘못된 식습관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실제로 각종 자격증 응시, 학원 등록 비용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느껴 끼니를 거르고 패스트푸드를 사 먹으면서 소화기 질환을 겪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 준비로 장시간 공부하느라 운동 시간이 부족한 것도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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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악화의 또 다른 요인은 20대 청년층이 건강검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입니다. 청년층의 경우 지역 세대주 또는 취업한 직장 가입자가 아니면 국가에서 시행하는 일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습니다. 현행 건강검진 제도가 모든 국민에게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방관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만 25세 또는 30세 생애주기 건강검진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윤소하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비인간적인 경쟁과 학업·취업·육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가장 건강하고 활발해야 할 청년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스트레스성 질환 증가는 N포세대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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