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걱정으로 질병 치료를 미루다가 귀국길에 숨진 고려인 3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한국에 사는 고려인 동포들이 모금운동에 나섰습니다.
사단법인 광주고려인마을은 오늘(6일) 손 에브게니(35)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며 모금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손 씨는 어제 새벽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의 인천국제공항행 고속버스 안에서 발작을 일으킨 뒤 숨졌습니다.
고려인 동포 3세인 손 씨는 취업비자를 받아 지난 6월 20일 우즈베키스탄에서 국내로 들어와 공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다리가 심하게 붓는 등 건강 이상을 주변에 호소했습니다.
공장 사장 등이 치료를 권유했지만, 국내에 체류한 지 90일이 되지 않아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없던 손 씨는 병원비 걱정에 치료를 망설였습니다.
손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오기로 하고 동생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가 안타깝게도 숨졌습니다.
고려인 마을에 따르면 손 씨는 10살인 1991년 아버지가 강도에 의해 살해당한 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손 씨 어머니는 자녀들을 부양하기 위해 홀로 한국에 들어와 일하다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2014년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 숨졌습니다.
부모를 모두 잃은 손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해 새로운 삶을 위해 한국으로 떠난 동생을 그리워하다가 지난 6월 자신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8년 전부터 앓은 고혈압과 심장·신장 질환으로 인해 동생과 짧은 해후를 끝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손 씨 동생은 오는 9일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숨진 하나 뿐인 혈육의 죽음을 더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조야 대표는 "손 씨 동생 역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장례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민 대표들이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지원하고 있다"며 "이웃들의 따뜻한 도움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