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에 보관만 하길 40년…이제야 읽는 아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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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에 태어나 전쟁도 겪고 힘들게 사시느라 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십니다. 지금 소개될 조남순 할머니도 그러셨는데, 늦게라도 글을 배운 덕분에 40년 전 아들이 군대에서 보낸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성훈 기자입니다.

<기자>

어르신들의 한글 공부가 한창입니다.

올해 76살인 조남순 할머니는 4년 전 딸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입학했습니다.

9살 때 한국전쟁을 겪고, 남편을 여읜 뒤 홀로 세 자녀를 키우느라 제대로 글공부를 못 했습니다.

[조남순 : 평생 이름 석 자도 모르고 살았지. 말도 못 하지 불편한 점이….]

한글을 깨치면서, 반평생 응어리진 한도 풀었습니다.

40년 전 군대에서 아들이 보냈던 편지를 읽게 된 것입니다.

글을 모르는 게 알려질까 두려워 누구에게 읽어달라는 부탁도 못 하고 장롱 속에 보관해 둔 편지였습니다.

[조남순 : 엄마가 진짜 미안하다. 바보다 진짜. (아들이) 어머니 무슨 그런 소리 합니까. 그 시대는 다 못 배운 사람이 많아요. 절대 신경 쓰지 마세요….]

할머니는 이런 소회를 <사십 년 전 편지>라는 시에 담았습니다.

[사십 년을 넣어둔 눈물 바람 손에 들고 떨리는 가슴으로 이제야 펼쳐본다.]

이 시로 할머니는 오늘(2일) 열린 '문해의 달' 선포식에서 교육부 장관상도 받았습니다.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비문해자'는 전국에 264만 명. 오늘도 수많은 어르신이 한 손에 연필을 쥐고 새 인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공진구)  

(SBS 비디오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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