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퇴직자들 'SNS 사용법 교육' 받아가며 집단 '댓글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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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최대 30개에 달하는 민간인 여론조작팀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회원들이 SNS 등 인터넷 사용법을 집단으로 교육받으면서 '댓글공작'에 나선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습니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양지회를 상대로 한 수사 결과, 이 단체 내부 소모임인 '사이버동호회' 회원들이 조직적으로 국정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 댓글 활동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양지회는 퇴직 회원들의 여가 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서초구 보유 건물에 교육장을 두고 서예, 컴퓨터 등 각종 취미 교실을 운영했습니다.

검찰은 '외곽팀장'으로 지목된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 모 씨 등 관계자들로부터 인터넷 댓글 달기, 토론글 찬반 클릭, 트위터 계정 개설 및 운영 등 '인터넷 여론 공작'에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을 동호회원들에게 교육하고 이들 중 상당수를 팀원으로 활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년·노령층인 회원 중 상당수는 트위터 등 SNS 사용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국정원의 지침과 논지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들이 효과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내부 교육을 한 것으로 수사팀은 의심합니다.

이들은 검찰이 양지회 사무실과 회원 자택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망을 좁혀오자 최근 자신들이 올린 인터넷 활동 기록을 대거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30일 회원 10여 명의 자택을 추가로 압수수색했습니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TF가 두 차례에 걸쳐 수사 의뢰한 총 48명의 사이버 외곽팀장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여 나가면서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운영 실태의 윤곽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국정원 내부 자료 확인, 자금 추적 등을 통해 외곽팀 운영에 쓰인 예산 규모도 파악 중입니다.

지금껏 국정원TF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 단체 대표, 뉴라이트계열 보수 단체 간부, 전직 청와대 행정관, 국정원 퇴직자, 보수 논객, 방송사 관계자 등이 외곽팀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지금껏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팀장급 인물 가운데는 이런 사람들까지 댓글 활동을 했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원 전 원장은 지난달 30일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주도로 국정원이 최소 수십억 원, 많게는 1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자금을 정권 옹호 차원의 불법 정치 활동에 들인 것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수사 중입니다.

아울러 검찰은 국정원의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댓글공작'에 참여한 사이버 외곽팀장들도 공범으로 보고 이들을 무더기로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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