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좋지 못한 사람을 놀릴 때 흔히 '닭대가리'라는 말을 씁니다.
비슷한 뜻의 '새대가리'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영어에도 새를 이용한 이런 식의 부정적 표현이 많습니다.
영어에도 '새대가리'와 같은 의미의 '버드 브레인'(bird brain)이란 말이 있습니다.
'새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란 '포 더 버즈'(for the birds)는 쓸모없거나 시시한 물건을 가리키는 표현이며 '알을 낳다'라는 뜻의 '레이 디 에그'(lay the egg)는 '가망이 없다'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왜 새가 이처럼 부정적인 의미와 연관된 것일까? 미국의 자연·과학저술가 제니퍼 애커먼은 새의 뇌가 아주 작아 본능에 따른 행동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뇌의 능력은 뇌의 크기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애커먼이 펴낸 신간 '새들의 천재성'은 뇌의 크기는 작을지 몰라도 그 능력만큼은 절대 작지 않은 새들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007'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물이 든 병 속에 들어있는 먹이에 부리가 닿지 않자 여러 개의 돌을 집어넣어 수위를 높인 다음 먹이를 빼내 먹습니다.
까마귀가 하나의 도구가 아닌 다양한 도구를 순서대로 이용해 상자 속에 있는 먹이를 먹는 영상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도구를 만들기도 합니다.
마음에 드는 막대기를 만들기 위해 잔가지 옆에 붙은 조그만 가지들을 다 잘라냅니다.
마음에 드는 도구는 장소를 옮길 때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카리브해찌르레기는 먹이를 물에 씻어 먹습니다.
먹이에 묻은 흙이나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삼키기 힘든 먹이의 털이나 깃털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사료를 물에 불려서 줄 때는 물에 다시 담그지 않습니다.
주변에 먹이를 훔쳐갈 경쟁자가 있을 때도 물에 넣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행동한다는 의미입니다.
까마귀과와 앵무새과 새들은 기다릴 만큼 가치 있는 보상이라면 지금 보이는 기쁨을 뒤로 미룰 수 있는 자제력과 인내력을 갖고 있습니다.
고핀유황앵무는 더 맛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 80초를 기다렸습니다.
자제력은 물론 지금의 기쁨과 나중에 받는 보상의 질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실험입니다.
새가 노래하는 것도 처음부터 내재한 능력이 아니라 후천적인 학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말하는 소리를 듣고 자라지 못한 아이가 제대로 발성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듣고 따라 부르지 못하는 새는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아주 간단하게만 부르는 등 자기 종의 노래를 이상하게 부르게 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