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유죄로 이끈 '치명적 한마디'…되짚어본 증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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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데에는 사건에 등장한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한몫했다는 평가입니다.

뇌물을 받았다고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증인 소환에 불응했고, '비선 실세' 최순실씨는 법정에 나왔지만, 주요 증언을 거부한 상황에서 주변 인물들의 진술·기억만으로도 퍼즐 맞추기는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게 치명타를 안긴 증인으로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꼽힙니다.

삼성의 승마 지원을 받은 당사자인 정 씨는 애초 증인 출석을 거부하다 입장을 뒤집고 지난달 12일 법정에 '깜짝' 등장했습니다.

정 씨는 이 부회장과 자신의 모친 최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줄줄이 쏟아냈습니다.

정 씨는 특검 측이 "어머니가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살시도 말 이름을 바꾸라'고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살시도는 삼성이 승마 지원 과정에서 맨 처음 사들인 말로, 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에 삼성 소유로 등재됐는데 삼성 측이 이름을 바꾸자고 했다는 취지입니다.

'승마 지원의 은밀성'을 부각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정씨는 이때 처음 살시도가 삼성에서 사 준 말이란 사실을 알고, 최 씨에게 '삼성에서 살시도를 구입하자'고 건의했다가 "그럴 필요 없이 그냥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난해 9월 말 '비타나'와 '살바토르(살시도)'를 각각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한 것도 삼성 요구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삼성 측이 2015년 6월에도 정유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달 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에서 지원 준비가 다 돼 있는데 정유라가 애를 낳아서 지원을 못 하고 있다. 몸이 호전되면 바로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지난해 5월 에티오피아 순방 때 박 전 대통령이 "비즈니스 포럼에 삼성전자 사장도 참석하느냐"고 물으며 "헤드테이블에 앉게 하라"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박상진 전 사장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했다는 근거 중 하나로 박 전 대통령이 최 씨로부터 삼성의 승마 지원 상황을 계속 전달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삼성의 승마 지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 점 등을 꼽았습니다.

재판부는 지난 2014년 12월∼2015년 1월 무렵에 삼성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정 씨와 관련됐음을 알았고, 2015년 3월∼6월께에는 대통령의 요구 배후에 최순실이 있었음을 알았으며, 2015년 7월 이후에는 최씨 지원이 곧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금품 제공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유죄 심증을 굳힌 데에는 함께 기소된 삼성 전직 고위 임원들의 '진술 번복'도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입니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법정에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2차 후원에 대한 기존 진술을 뒤집었습니다.

장 전 차장은 특검 수사 때는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 후 최지성 실장실로 저를 불러 청와대에서 받은 자료라며 봉투를 건넸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안종범 수석에게서 자료를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안 전 수석을 만난 시간과 장소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최지성 전 미전실장은 이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아예 승마 지원 과정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 봐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회장이 알게 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했다"며 "문제가 되면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이재용의 지시를 받아 구체적인 범행을 기획하고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해 가담 정도가 무겁다"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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