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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6시 55분.
왼쪽 두 번째 좌석에 '평화의 소녀상'을 태운 151번 시내버스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차고지를 출발했습니다.
소녀상이 탄 버스는 '세계 위안부의 날'인 이날부터 9월 30일까지 45일 동안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빕니다.
151번을 운영하는 동아운수는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소녀상을 만나고,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버스 안에 소녀상을 설치했습니다.
시민들은 놀란 표정으로 한동안 소녀상을 자세히 바라보기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도 했습니다.
한 60대 승객은 "30년간 151번 버스가 지나는 곳에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탄 아이나 학생들에겐 아픈 역사를 배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아운수가 151번에 소녀상을 설치한 이유는 노선이 성균관대, 성신여대, 한성대, 중앙대, 숙명여대 등 대학교 7개와 여러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고, 안국역 인근 일본대사관도 거칩니다.
일본대사관 앞을 지날 때는 소녀의 목소리로 부른 '아리랑'이 흘러나왔습니다.
위안부를 그린 영화 '귀향'의 OST에 담긴 곡입니다.
이날 개학해 학교에 간다는 대동세무고 전솔아(17) 양은 소녀상을 보고 "소녀들이 우리 나이 때 위안부로 끌려간 것 아니냐"며 "얼마나 끔찍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소녀상 버스를 기획한 동아운수 임진욱 대표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만족하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재협상 얘기가 나오는 시점에 국가나 지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원 최인호(36) 씨는 "민간 차원에서 관심을 환기하는 것도 좋지만, 할머니 한 분 한 분이 돌아가시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세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151번 버스 5대에 하나씩 설치된 소녀상은 버스에서 내린 뒤에는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내려가, 대전, 전주, 대구, 목포, 부산에 설치된 다른 소녀상을 찾아가 옆에 놓인 빈 의자에 앉게 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