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도 못 들었는데 위약금?'…공공체육관 환불 제멋대로


A 씨는 이달에 서울시 구로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생활체육관의 테니스 수업을 듣기 위해 등록했습니다.

토·일요일 월 6회 기준으로 회비 19만8천 원을 지불하고 등록했지만 첫 토요일인 5일이 되기 전에 손가락이 골절돼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회비를 돌려 받으러 간 A 씨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위약금으로 회비의 10%는 물론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인 1일부터 4일까지의 시설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A 씨는 체육관에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체육관은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나온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환불 규정을 따를 뿐이라며 A 씨의 항의를 묵살했습니다.

결국 A 씨는 19만8천 원에서 10% 위약금인 1만9천800원과 나흘간의 일일 이용료 2만6천400원(하루 6천600원)을 제외한 15만1천800원만 돌려받았습니다.

소비자단체에 따르면 서울시 구청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일부 체육관이 이용 약관을 제멋대로 적용하고 있어 A 씨 같은 피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로구 등 서울시 구청들이 각자 감독하는 시설관리공단 체육관들의 홈페이지에 나온 환불 규정을 보면 실제 수업 시작일과 관계없이 매월 1일을 개강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강 후 환불 시 체육관들은 회비의 10%에 달하는 위약금과 개강 날로부터 해약 날까지의 이용료(시설 이용에 관계 없음)를 부과합니다.

체육관들은 이런 환불 정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체육시설업, 레저용역업 및 할인회원권에 대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보면 소비자 귀책 사유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 개시일 이후에는 취소일까지의 이용일수에 해당하는 금액과 총 이용금액의 10%를 공제한 후 환급해줘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문제는 개시일의 정의입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개시일을 '계약이 이용횟수로 정해진 경우에는 최초 이용일, 기간으로 정해졌으면 기간이 시작되는 초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헬스장을 8월 한달동안 이용하기로 했을 경우 개시일은 8월 1일이지만 토·일 월 6회 테니스 수업은 사실상 계약이 이용횟수로 정해진 것이니 개시일이 실제 수업이 시작되는 토요일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서울 용산구 문화체육센터, 마포구민체육센터 등 일부 구청 시설관리공단 체육관은 이용횟수로 계약한 고객이 1일 이전에 환불을 요청해도 위약금 10%를 물립니다.

환불 규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A 씨의 경우 첫 수업일은 8월 1일이 아니라 수업이 시작되는 토요일인 5일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해약했다면 개시일이 지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매주 화·목, 월·수·금, 주말 수업이면 횟수로 계약했다고 생각해 개시일을 첫 수업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덧붙였습니다.

공립 체육 시설들 중에는 개시일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제대로 해석해 환불 규정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서울시가 관리·감독하는 시립청소년수련관 대부분은 월·수·금, 화·목, 주말 수업의 개시일을 1일이 아닌 첫 수업으로 잡고 이에 따라 환불을 해줍니다.

서울 서대문청소년수련관은 매월 1일이 지나도 수업 시작 전에 환불을 요구하면 수업료를 100% 돌려줍니다.

수업이 시작됐으면 10% 위약금과 수업을 들은 횟수에 비례하는 이용료를 차감한 후 회비를 돌려줍니다.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도 체육프로그램의 경우 첫 수업이 있는 날 하루 전까지 해약을 요구하면 수업료를 전액 환불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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