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몸속 돌아다니며 병 고치는 미세로봇 개발 앞장


"배터리 없이 움직이는 아주 작은 로봇이 있다면 체내를 돌아다니면서 병든 곳을 고칠 수 있겠죠. 콜로이드(Colloid) 입자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면 가능한 일입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의 스티브 그래닉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가 연구 중인 '집단으로 움직이는 능동 콜로이드 입자 연구'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이 내용은 세계적인 학술지 '케미컬 소사이어티 리뷰(Chemical Society Review, IF=38.618)' 최신호에 실려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콜로이드는 우유나 잉크, 혈액, 안개, 마요네즈처럼 입자들이 용매 속에 균일하게 퍼져 떠다니는 상태의 혼합물이다.

예를 들어 우유는 투명한 물(용매)에 지방과 단백질, 칼슘 등이 고르게 퍼져 둥둥 떠다니는 상태다.

이때 단백질, 칼슘 등의 입자 크기는 1㎚(나노미터, 10억 분의 1m)보다 크고, 1㎛(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보다 작다.

그래닉 교수는 7일 "콜로이드 입자는 생명체를 이루는 최소 단위로, 우리 몸도 효소와 단백질 같은 무수한 콜로이드 입자가 이동하면서 작동한다"며 "이미 음식이나 공기 정화, 페인트 등 산업계에서 콜로이드 입자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콜로이드 입자는 나노 입자보다 값싸기 때문에 충분히 연구하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특히, 자발적 추진력이 있는 '능동 콜로이드 입자'는 별도의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아도 돼 잠재력이 크다.

몸속에서 배터리 없이 움직이는 '미세 로봇'이나 입자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서 동력을 얻는 '합성 입자'와 같은 것이다.

작은 입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능동 콜로이드 입자는 나노의학과 공학에서 유망기술로 꼽힌다.

특히, 능동 콜로이드 입자가 집단으로 모이면 개별일 때와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규칙을 띠며 움직이지만, 이 규칙이 왜 생기는 것인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닉 교수는 "능동 콜로이드 입자는 지난 10년 동안 개척된 새로운 분야로 전기장이나 자기장, 열, 빛, 특정 물질의 농도 변화 등 환경 요소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며 "능동 콜로이드 입자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되면 콜로이드 입자로 이뤄진 일상적 물질의 성질을 바꿀 수 있는데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래닉 교수팀도 2006년 '야누스 입자(Janus particle)'라는 능동 콜로이드 입자를 만들어 흥미로운 현상을 밝혀내고 있다.

나아가 집단적인 콜로이드 입자의 움직임도 연구 중이다.

입자 모양과 소재, 용매 영향, 입자간 상호작용 등을 고려해 콜로이드 집단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주목한 것이다.

그래닉 교수는 "콜로이드 입자는 한두 개가 아니라 엄청 많으므로 실생활에서 콜로이드를 제대로 다루려면 집단 움직임을 알아야 한다"며 "능동 콜로이드의 자발적 움직임을 우리 삶에 가져오게 되면 상상하지 못한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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