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접받는 학교 만들어달라" 서울대 대학원생들 시위

신분노출 우려해 마스크 착용…"교수 권한과도…졸업 기준 등 명확히 해야"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어느 날 한 선배가 어머니께서 위독해서 고향에 가야 하는 상황인데 지도 교수가 '그냥 이렇게 된 거 (어머니) 편하게 보내드리고 연구에만 집중하라'고 하더군요. 그런 말을 듣고도 선배는 학교를 그만두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13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인권단체 모임'(가칭)의 시위 현장에서는 열악한 연구환경과 교수들의 '갑질' 등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와 인권단체로 구성된 '서울대 인권단체 모임'은 이 자리에서 대학별 연구실 평가 수단을 마련하고 입학·자퇴·졸업 정보를 공개하는 등 인권 개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위 현장에 모인 상당수 대학원생은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을 착용한 채로 발언에 나섰다.

이 모임의 대표인 대학원생 A씨는 "연구실 내 '왕따'와 표절 문제가 만연하고 연구비 횡령 등 불법적 행위가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런데도 수많은 대학원생이 인권 사각지대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수가 대학원생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기에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발언자는 "명확한 졸업 기준이 정해진 바가 없어 교수의 과도한 권한이 대학원생을 옥죄고 있다"며 "연구실에 휴학이나 자퇴, 졸업자의 비율을 명시하고 석·박사 졸업 기준을 명확히 해서 공개하도록 교육부가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지수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 사무총장은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의 화풀이 상대가 아니고 연구를 배우는 학생이며 함께 연구해가는 연구원"이라며 "대학원생이 인간으로 대접받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또 교수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사회학과 대책위원회의 소속 대학원생은 "교수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가 피해 당사자와 고발인에게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며 "대학 징계 규정을 보완하고 징계절차에 학생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이밖에 교육부에 대학원생 인권 문제 태스크포스(TF)팀 설립을 의무화하고 대학본부에 권리장전 및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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