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오후 2시쯤 서울역 인근 서부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이 단 한 대의 차도 없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역 서부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서울로 7017, 서울역은 물론 서울 도심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에도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관광버스들은 주차장 앞 청파로를 끊임없이 지나갔지만 이곳에 주차하러 들어오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주차장 출입구를 함께 이용하는 택배 트럭만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었다.
서울시가 도심 관광버스 주차난을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지어 2년간 18억원을 투입한 서울역 서부 관광버스 전용주차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역 바로 옆인 주차장 부지는 한국철도공사가 보유한 알짜배기 땅이다.
서울시가 늘어나는 관광버스를 수용하기 위해 연간 8억2천만 원의 임대료를 철도공사에 내면서 운영 중이다.
시가 1억6천여만원을 들여 무인 관제시스템을 설치한 뒤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이 주차장에 작년과 올해 2년간 임대료, 관제시스템 설치비 등 18억 원이 들어갔다.
관광버스 33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 최초 2시간까지 시간당 2천 원, 2시간 초과 시 5분당 350원을 받는 등 요금도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이용객은 매우 저조하다. 서울시가 서울시의회 최판술 시의원(국민의당, 중구1)에게 제출한 '도심 관광버스 주차장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부 관광버스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은 지난해 하루 평균 14.7대에서 올해 8.4대로 43% 줄었다.
개장 초기인 작년 3월에만 하루평균 22대가 주차장을 이용했을 뿐 작년 6월 15대, 9월 14대, 12월 11대 등으로 갈수록 줄었다.
올해 들어선 하루평균 7∼8대가 이용하고 있다.
서부 관광버스 주차장은 지난해 3∼12월 10개월간 1천700만 원의 주차료 수입을 올렸지만, 올해 상반기 수입은 583만원에 그쳤다.
서울시는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이후 중국 단체 관광버스 수요가 70% 급감한 점이 이용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주차장 접근이 어려운 교통 체계 때문에 이용률이 저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는 서울역 서부 교차로 부근에서 유턴해 관광버스 주차장에 접근할 수 있었었다.
그러나 서울역 7017이 만들어지면서 광장이 생겼고, 유턴 지점은 사라져버렸다.
주차장까지 오려면 한참 돌아야 하기 때문에 버스 기사들은 다른 곳에 주차하는 편을 택한다.
관광버스 기사 이 모 씨는 "서울로 개장 이후 주차장 접근이 어려워졌다"며 "교통 체증을 뚫고 서부 관광버스 주차장에 가는 것보다 인근 의주로나 통일로 주변에 주차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관광버스 기사들이 서부 주차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도 했다.
주차장 홍보가 안 된 것도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관광버스 주차장 확충 정책을 펴는 가운데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가 부과한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과태료 건수는 2014년 4만1천49건에서 2015년 5만779건, 지난해 7만963건으로 증가했다.
과태료 부과 건수가 2년 새 73% 늘었다.
과태료 징수액은 2014년 17억9천만 원에서 지난해 27억 원으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과태료를 올리고 단속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판술 의원은 "서울로 7017 개장 이후 많은 관광객이 서울역 인근을 찾는 만큼 서부 관광버스 주차장을 단체 관광객들을 위한 거점 주차장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시가 하루속히 교통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