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 측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재판부가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 채택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종범 수첩'이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2014년 6월 14일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작성한 63권의 수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과 독대 한 뒤 안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메모할 것을 전달했고 안 수석이 이 내용을 그대로 수첩에 남겨 뇌물 재판의 핵심적 증거로 여겨졌던 물건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종범 수첩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택했지만 재판부는 어제(6일) 공판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직접 증거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앞서 다른 재판부가 결정한 것처럼 안종범 수첩에 대해 정황 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수첩에 기재된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직접 · 진술증거로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황 증거란 범죄사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측하게 하는 증거로 재판부가 당시 정황을 가늠할 간접 자료 성격으로만 증거 능력을 인정한 겁니다.
특검 측은 재판부의 결정에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라며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간접증거로도 뇌물수수, 공여 등의 공소사실은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은 독대 자리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대통령 진술에 의존해 작성한 것"이라며 "실제 있었던 내용 외에 추가로 다른 내용이 덧붙여졌을 가능성 매우 크다"고 반박했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