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알려주며 등산복 요구한 공무원…뇌물에 갑질까지


국가 예산으로 산불진화 장비를 구매하면서 납품업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갑질'까지 일삼은 담당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뢰 후 부정처사·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A시청 산불진화 담당 팀장 53살 박모씨 등 9개 지자체 공무원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56살 노모씨 등 산불진화 장비 납품업자 6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10년 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산불진화 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구매량보다 부풀린 후 차액을 돌려받거나 뇌물을 받는 방식 등으로 총 9천4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박씨의 경우 개당 26만원짜리 충전식 등짐펌프 14개를 추가로 구매한 것처럼 허위 납품계약서를 작성해 납품업자로부터 현금 65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납품업자에게 술값 계산을 시키거나, 평소 이동할 때 차량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하는 등 갑질까지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씨는 400만원 가량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B군청 공무원 41살 윤모씨는 납품업자로부터 현금 1천150만원과 990만원 상당의 등산복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윤씨는 납품업자에게 유명 등산복 브랜드 모델명과 사이즈까지 알려주며 가족들의 등산복까지 상납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부풀린 산불진화장비에 대한 물품 검수 조서도 허위작성했습니다.

경찰은 또 동일한 진화장비 납품 계약을 여러 개로 쪼개 특정 납품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뇌물을 챙긴 혐의로 2개 지자체 공무원 3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들은 계약금액이 2천만원 이하일 경우 경쟁·입찰 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납품 계약을 나눠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반복 체결했습니다.

또, 납품업체 측에 진화장비와 관련한 예산편성 자료를 제공한 혐의로 2개 도청 공무원 4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로비 대상 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적발된 공무원에 대해 해당 기관에 통보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할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 장비 구매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이 업체 관계자와 짜고 뒷돈을 받았다"면서 "다른 지자체의 진화장비 납품 관련 공직부패 사범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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