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레드라인'은 보이지 않는 선…전략적 모호성 추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발표로 '한반도 위기설'이 재부상하면서 미국의 후속 대응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선, 이른바 '레드 라인(red line)'이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갖가지 분석과 관측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의 대북 레드 라인은 구체적으로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선(invisible line)'이다.

물론 미국의 수뇌부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레드 라인은 분명히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적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북 레드 라인이 없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이는 예측 불가능하고 다루기 어려운 북한을 맞아 먼저 손에 쥔 패를 드러내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의미한다.

북한의 행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은 만큼 미국 역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예측하기 어려운 태도를 취하겠다는 게 미국의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먼저 레드 라인을 그어놓고 카드를 다 보여주는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대신 필요한 시기가 오면 일말의 예고나 징조 없이 즉각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거듭해서 공언했다.

상대방에 불가측성의 공포를 심어주려는 전략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나는 군사행동에 한해서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확히 언제 군사행동을 한다거나 몇 시에 한다고 말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레드 라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북한을 상대하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좌충우돌식 도발도 위험하지만,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대통령이 '건드리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조를 내세우는 것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김정은의 광기보다 트럼프의 불가측성이 더욱 두렵고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상황과 직접 비견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를 다루면서 보인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에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예고 없는 대대적 공습으로 응징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지시를 지도자의 과단성으로 보는 평가와 함께 그의 즉흥성을 주목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 이후 한 방송인터뷰에서 추가 공습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레드 라인을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내부적 레드 라인이 북한 ICBM이 정상적 무게의 탄두를 싣고 미 서부까지 도달하는 시험에 완벽하게 성공하는 시기로 설정돼 있으며, 이때는 군사적 옵션 사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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