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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 폭탄 쏟아진 후 한 달…푸르던 산 황폐화 가을산처럼 물들어

전남 3개 시군 우박피해 지역 약 170ha 임야 고사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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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이 무서울 정도로 쏟아진 후 보름여 뒤 산이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지난 3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동복면 유천리 유천저수지 인근 야산은 마치 가을 산을 보는 것처럼 붉거나, 갈색빛으로 온통 물들어 있었다.

산속으로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니 침엽수인 수십m 높이의 소나무가 위쪽부터 껍질을 벗고 갈색으로 변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소나무 몸통 곳곳에는 무언가에 찍히고 할퀸 듯 상처가 있었고 나무들은 병에 걸린 듯 껍질이 벗겨진 채 붉고 갈색의 속살을 드러내며 시름시름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전남 화순군에만 이 같은 증상을 보이는 임야가 약 120ha에 달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식당 주인 김영자(57·여) 씨는 여름철인 7월에 산이 이처럼 갈색으로 변한 것은 난생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5월 31일 오후 무서울 정도로 우박이 하늘에서 쏟아진 후 보름여 만에 나무들이 색이 변하더니 급기야 말라죽는 것처럼 고사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화순 동복면 유촌리에만 우박이 약 20㎝가 쌓일 정도로 쏟아져 김씨는 운영하는 식당 지붕이 뚫리고, 출고한 지 1주일밖에 안 된 새 차가 찌그러지는 피해를 봤다.

김씨는 나무에 대해 잘 아는 주변인들에게 수소문해 본 결과, 우박이 내리면서 나무에 상처를 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나무의 재질이 부드러운 편백과 같은 활엽수는 피해가 덜했으나, 재질이 딱딱한 소나무는 우박이 내리꽂히는 힘을 이기지 못해 몸통 곳곳이 파여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김씨는 추정했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이러다가 산불이 난 것처럼 마을 일대 산의 소나무가 전부 고사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남도 잠정집계에 따르면 이 같은 우박으로 인한 임야 고사 우려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화순 120ha를 비롯해 곡성 30ha, 담양 20ha 등 모두 170ha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와 전남도는 지난달 23일 지자체의 요청에 따라 현장조사를 했다.

현장 조사결과 우박이 내린 지역에서만 고사 피해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우박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됐다.

최근 가뭄이 이어져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우박이 나무줄기 곳곳을 내리면서 수분 흡수를 차단, 처음에는 이파리와 잔가지가 말라 떨어지고 급기야 나무 전체가 수분을 흡수하지 못해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곳은 20㎝ 쌓인 우박이 녹으며 냉해 피해로 고사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잔가지가 떨어진 나무는 장맛비가 내리면 수분을 섭취하고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지만, 몸통까지 고사 현상이 발생한 나무는 회생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 관계자는 "정확한 고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산림과학연구원과 산림청에서 조만간 2차 현장조사에 나설 예정이다"며 "고사 피해가 퍼지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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