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폐지로 버리기까지…싫다는 전단 강요하는 본사


전국 가맹점이 330곳이 넘는 피자에땅 본사 측(주식회사 에땅)이 점주들에게 여러 해 동안 전단지를 강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물품 강매는 가맹사업법상 금지된 불법 행위다. 본사 측은 점주들이 자발적으로 주문했다고 해명했지만, 전·현직 점주와 영업사원 녹취록 등을 볼 때 의혹은 사실에 가까웠다. 당국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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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땅 전단 강매 갑질

● 민원, 항의에 골칫거리인데…강제 배송되는 전단지

시작은 피자에땅 점주 협의체가 입수한 문건이었다. '2014년 11월 디자인실 인쇄물 제작 사항 현황 보고' 문건엔, 본사 측이 당시 전국 264개 가맹점에 공급한 전단 수량과 입금 원가가 적혀 있다. 전단 단위는 '연'이다. A4 용지만 한 전단지 1연은 8천 장이다. 문건엔 최대 10연까지 공급된 곳도 있었다. 본사로 입금된 돈은 8만 8천 원에서 72만 원. 이 가운데 실제 제작비는 본사 측이 지정한 B사로 입금됐다. 본사가 일괄 제작한 전단지는 어느 날 갑자기 가맹점으로 날아왔다.

수도권에서 몇 년 동안 가맹점을 운영한 점주 A 씨는, 최근 3년간 3차례 원치 않는 전단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점포엔 아직도 돌리지 못한 전단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왜 전단지가 배송됐는지 담당 관리사원(수퍼바이저)에게 문의하면, 해당 사원도 발송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전단지가 갑자기 배송되면, 점주들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돌릴까, 말까. 전단지 1장을 돌리는 데는 돈이 또 드는데, 장당 용역비가 40원이다. 최소 단위인 1연 즉, 8천 장만 돌려도, 32만 원이 든다. 10연엔 320만 원이다.

점주들은 비용 대비 광고 효과가 있는지 강한 의문을 제기해 왔다. 신도시에서 4년간 피자에땅 점주로 일하다 폐점한 점주 C 씨를 만났다. 그는 개업 즉시 관리사원으로부터, 전단지 4~5만 장은 돌려야 한다는 강권을 당했다. 200만 원 가까운 용역비는 물론 개인 부담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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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지 못할 전단지가 계속 쌓이자, 점주 K씨는 전단지 뭉치를 고물상에 폐지로 넘기기도 했다.

그는 광고 효과를 기대했지만, 뜻밖의 일에 더 골치가 아팠다. 민원 전화가 만만찮았던 거다. 스티커 자국이 남는다. 분리 배출이 번거롭다. 스티커를 떼어 내다 아파트 벽 칠이 벗겨진다. 갖가지 항의가 빗발쳤다. 때문에 일부 점주는 전단지를 곧바로 버리기도 했다. 인천 지역의 또 다른 점주 K 씨는 전단지 뭉치가 날아오면 곧바로 고물상을 찾기도 했다. 폐지값은 아르바이트 직원들 회식 값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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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땅 전단 강매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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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단 공급에 전권 행사하는 본사

피자에땅 본사만의 전단지 유통 방식도 오랜 잡음 거리다. 본사가 제작업체를 정하고, 완성된 전단지를 배송해주는 식이기 때문이다. 점주 협의체는 이 과정에서 본사가 '원가차감액'을 중간이윤으로 남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4년 11월 문건엔 전단 금액과 입고가, 원가차감액 항목이 분류돼 있다. 지방 K 도시 가맹점엔 8만 장의 전단이 공급됐는데, 문건엔 '금액(VAT 포함)'이 80만 3천 원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 '입고가(VAT포함)'라는 내역은 72만 원이고 적혀 있다. 그 옆에 적힌 '원가차감액'은 8만 3천 원이다. 금액에서 입고가를 뺀 액수다.

'금액'은 점주들이 현금으로 본사에 치른 전단 값이고, '입고가'는 실제 전단 제작비다. 이 둘 사이에서 남는 '원가차감액'은 본사가 챙긴다고 점주들은 주장하고 있다. 점주들이 낸 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참다못한 점주들은 점주협의체 안건으로 문제를 공론화했다. 한때 100명에 육박한 협의체는 2015년 9월 본사에 공문을 발송해, 문제를 제기했다. 10월 29일 '2차 협회 본사 간 분쟁 쟁점 협의'가 열렸다. 같은 제목의 회의록에선 총 9개 안건이 다뤄졌다. 점주 측은 '전단 강매 금지'를 안건에 부쳤고, 본사 측은 '이후 강매 없음'이라고 답변한 걸로 돼 있다.

본사는 이에 앞서 2015년 4월 점주들에게 일제히 공문을 보내, 자신들이 제공하는 전단 품질이 높은 편에 속하며, 가격 역시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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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땅 전단 강매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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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주 자율? 교묘해진 강매 수법

피자에땅 본사 측에 최근 제기된 전단 강매 의혹을 질의했다. "가맹점에서 전단 발주 시 본사가 강제하는 것이 아닌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단 강매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이다. 2014년 11월 문건에 대해선, 공식 문건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 점주 혹은 본사, 양측 가운데 한쪽 주장은 거짓말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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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땅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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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2016년 점주와 본사 관리사원 사이에 오간 대화를 녹취한 파일을 입수했다. 시점은 점주들과의 협의에서 '이후 강매 없음'이라고 본사가 약속한 지 몇 달 뒤다. 두 사람은 이른바 '전단예치금'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

관리사원은 "예를 들어 예치금 300(만원)을 넣었는데, 나중에 에땅을 접어서 200(만원)이 남아 있으면 그 돈은 돌려준다."라고 말한다. 전단예치금을 본사에 입금하고, 전단을 발주해서 줄여나가라는 조언도 한다. 나중에 그만두는 일이 생기면, 남은 돈은 돌려준다는 얘기도 있다.

'전단예치금'을 넣어놓고 한 푼도 안 쓰는 게 가능하다면, "강매란 있을 수 없다."라는 본사 해명은 '참'이 된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화는 이런 주장과는 정반대 결론을 향해 흘러갔다.

관리사원은 곧바로 종용에 들어간다. "제가 맡으면서 눈 감아 드리려고 1연(A4 기준 8천 장)만 시켰거든요. 부장님 아시면 왜 10연(8만 장) 안 했느냐(고 하면서) 10연 발주 하셔야 해요. (나중에 점포) 재계약, 양도양수를 안 해줘요. 부장님이."

(이 녹음은 지난달 29일 SBS 8뉴스에 보도됐다.)

▶ "재계약하려면 해라"…점주들에 광고비 떠넘긴 본사

부장님은 이 가맹점에 전단을 8만 장 할당했는데, 본인 재량으로 8천 장으로 줄여줬다는 얘기다. 관리사원은 그러나 이런 호의를 거절할 때 당할 수 있는 불이익도 예고한다. 바로 '재계약과 양도양수 거부'다. 점주는 해마다 본사와 계약을 갱신하게 돼 있는데, 본사가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양도양수 거부도 마찬가지. 프랜차이즈 점주가 일을 그만둘 때, 프랜차이즈 업계 관행상 폐점 대신 일종의 권리금을 받고, 다른 점주에게 영업권을 넘길 수 있다.

본사가 이를 허용하면 '양도양수'가 성립된다. 그러나 이걸 거부하고, 무조건 폐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두 경우 모두, 점주는 적어도 1~2억 원대 초기 투자비용을 보전할 수 없다. '전단예치금'과 '전단의 자발적 발주' 둘 중 하나라도 거부하면 닥칠 수 있는 일들이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화젯거리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 사이에서, '을'을 보호해 줄 유일한 법. 허술하다는 지적이 빗발쳐 대규모 손질을 앞둔 법. 그러나 현행법만으로도 '거래상 지위 남용'은 엄연한 불법이다. 지위 남용의 핵심은 이렇다. "본사가 가맹점주의 경영에 필요한 양을 넘는 상품이나 용역, 재료를 사거나 빌리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

피자에땅 본사가 말하는 '자율적 발주'란 어디에 해당할까. 지난해 피자에땅 점주협의체 는 본사 측의 25가지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 측을 제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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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처음 프랜차이즈 업계에 진출한 (주)에땅은 '토종 마케팅'에 힘입어, 무섭게 성장한 회사다. 창업주가 지분의 30%, 부인과 두 자녀 등 3명이 20~28%씩을 보유한 가족 기업이다. 가족 등 특수관계자 거래도 많다. 아들이 지배하는 회사는 피자 상자 등 포장지를, 딸과 부인 회사는 도우 등 식자재를 전국 330여 개 가맹점에 거의 독점 공급한다. 2014년, 매출이 700억 원에 육박했다. 점주들의 전단 강매 등 ‘갑질 근절’ 요구가 분출하기 시작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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