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쏟아낸 발언들을 놓고 2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느닷없이 FTA 재협상을 공식화한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말했다.
그렇지만 단독·확대 정상회담 종료 7시간여 만에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FTA 재협상' 표현이 빠졌다.
한·미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는 LA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혼자서 앞서간 것 같다", "일방적인 선언 같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일 워싱턴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재협상론을 일축했다.
동맹국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게서 이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무역 압박을 받는 한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문제를 거세게 비판할 것으로는 예상 밖"이라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아시아정책을 담당한 이반 메데이로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과 적국 모두에 대해 대화보다는 협박을 선택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이슈에서 거칠게 문제를 제기했다. 현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들의 사실관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먼저 "한미FTA가 체결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늘었다. 훌륭한 협정이 아니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동언론발표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FTA 일정대로) 한국의 관세 철폐가 더 확대되면 미국의 수출 기회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MSNBC '레이첼 매도 쇼'의 프로듀서인 스티브 베넨은 MSNBC 블로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정부에서 한·미 FTA가 체결됐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면서 "한·미 FTA는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가 아니라, 2007년 조시 W.부시 행정부에서 체결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적자 언급과 관련해서도 경제전문 CNBC 방송은 "창피한 경제적 실수"라고 지적했고,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창의적인 설명"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여러 해 동안 막대한 무역적자로 고통을 받아왔고, 그것이 우리가 20조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0조 달러는 미국 연방정부의 총 재정적자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그밖에 한·미FTA의 만기가 사실상 2주 전에 끝났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도 '황당한 주장'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미 FTA에는 만료 시한이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