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800원짜리 콜라 훔친 연평해전 용사…선처에 성금까지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전투 후유증에 생활고를 겪던 제1연평해전 참전 용사가 음료수를 훔치다 덜미가 잡혔지만, 딱한 사연을 접한 경찰의 배려로 선처에 성금까지 전달받게 됐습니다.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38살 조 모 씨는 지난달 28일 강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1천800원짜리 콜라를 훔치다 종업원에게 붙잡혔습니다.

경찰에 넘겨진 조 씨는 "배가 고파 빵을 사러 갔다가 음료수까지 살 돈은 부족해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범행 당시 조 씨에겐 1만 원이 있었는데 빵을 사고 나면 3천400원이 남았고 그 중 2천 원은 빌린 돈을 갚는 데 써야 해 1천800원짜리 콜라를 사기엔 400원이 모자랐습니다.

가난한 절도범으로 보였던 조 씨는 신원을 확인해 본 결과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였습니다.

대학을 휴학하고 해군에 입대했던 조 씨는 당시 전투 중 겨드랑이에 파편을 맞아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병원 후송이 늦어지며 치료 시기를 놓쳤고 현재는 후유증으로 인해 오른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조 씨는 매일 2∼3회 극심한 통증이 찾아와서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고 흉부외과, 통증클리닉, 성형외과, 피부과, 정신과 등 온갖 병원 진료를 받는 상황입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연금 170만 원에 의존해 살지만, 투자 사기에 속아 대출금 5천만 원이 생겼고, 매달 110만 원을 갚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경찰은 나머지 60만 원 중 40만 원을 고시원비로 내고 2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국가유공자의 처지를 보고 경미심사위원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위원회는 사건 자체가 경미한 데다가 조 씨의 생활형편, 건강 상태, 국가적 유공 등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조 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조 씨는 서울동부지법 즉결법정에서 벌금 선고유예를 받았습니다.

유죄를 인정하되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선처'를 내린 것입니다.

피해를 변상받은 편의점 측도 합의서와 함께 조 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에 알려 왔습니다.

경찰은 선처를 받은 조 씨에게 직원과 지역민이 함께 마련한 성금 20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