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 마크롱, 맞수는 의회 아닌 거리에?

기성정당 전멸에 의회 내 반대세력 미약…극좌당과 노동자, 적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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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창당 16개월 만에 의회 과반을 장악하는 역사를 쓰자 기성정당들은 총선 참패의 충격에 대적할 의욕을 잃은 모양새다.

이에 마크롱의 최대 맞수는 그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에 반대하는 극좌파 정당과 거리의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당 앙마르슈에 처참하게 패배한 사회당과 공화당 등 기성정당들은 마크롱이 밀어붙이는 개혁법안들을 저지하기는커녕 내부전열 가다듬기도 힘에 부친 상황이다.

특히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속한 전 집권여당 사회당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이 284석에서 44석으로 줄어드는 수모를 당해 현재 존립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에 사회당의 몰락은 돌이킬 수 없다는 자조적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사회당과 함께 프랑스 양당체제를 이끌어온 중도우파 공화당도 131석을 확보해 제1 야당의 지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전체의석이 577석인 의회에서 힘을 쓰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대선후보였던 마린 르펜이 속한 극우정당 국민전선(FN)도 목표치인 15석에 한참 못 미치는 8석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둬 대선 때처럼 마크롱에 대적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FT는 프랑스 사회를 뒤집어놓을 수도 있는 마크롱의 개혁 행보를 저지하기 위한 의회 세력이 아주 미약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는 극좌 정당과 거리의 노동자가 대신 마크롱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4위를 한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가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15석보다 많은 17석을 거머쥐면서 의회에서의 입김이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처음 의회에 입성한 멜랑숑은 총선 후 기자회견에서 "의회의 다수당 지위가 노동법을 파괴할 정당성을 부여하진 않는다"며 마크롱 정부의 노동 개혁안 처리를 원내에서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또 57%의 높은 기권율에서 드러나듯 이번 총선이 프랑스의 전체 민심을 대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마크롱과 그의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프랑스인들이 거리로 나와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현재 프랑스 제2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 등 주요 노조들은 마크롱 정부가 사회적 토론과 의회 논의과정을 건너뛰어 노동 개혁안을 강행 처리하려고 한다며 총선 후부터 대대적인 반대시위를 벌이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한편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최종 집계 결과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Modem) 연합이 전체 하원 의석 577석 가운데 350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획득 의석수는 중도우파 공화당 계열 131석, 사회당 계열은 44석, 강경좌파 '프랑스 앵수미즈' 17석, 공산당 10석, 극우 국민전선 8석 등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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