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훈련·전략무기 축소' 새 북핵 해법 거론…美 입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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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현지시간 어제(16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한국 내 전략무기 자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미국과 상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 정상회담 17주년 행사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한다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한 제안의 연장선이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상당히 진전되고 민감한 내용이어서 그 파장이 주목됩니다.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것과 한미 동맹의 상징적 활동 중 하나인 군사훈련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논의이기 때문입니다.

보수 성향의 전임 정부들 내부에서는 한미 군사훈련 축소나 B1-B 폭격기와 같은 전략자산의 일부를 철수하는 방안은 거론조차 어려웠던 만큼, 문 특보의 이 같은 제안은 우리 정부의 북핵 대응책의 상당한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또 문 특보가 이런 방안을 그냥 거론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미국 정부와 상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무엇보다 미국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2주가량 앞두고 공개적으로 밝힌 얘기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 공식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문 특보는 이 제안이 문 대통령에게서 직접 나온 것(he proposed)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문 특보가 청와대와 정부의 공식 라인이 아니고, 정상회담에 앞서 민간을 상대로 반응을 떠보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인 만큼, 실제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이런 제안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으로 한미 양국 외교·안보팀 간 실무 협상에서 후속 조율을 통해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와 의회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상당한 수위 조절을 할 가능성도 작지 않습니다.

문 특보는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전략무기의 규모 및 배치 수위를 축소해야 하는 이유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들었습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미국의 핵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이 동해는 물론 서해까지 배치되고, 이런 것들이 긴장을 증폭시키고 핵과 미사일 실험 등 북한의 대응을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그는 진단했습니다.

문 특보는 "미군 전략무기가 배치됐는데 북한이 약한 사인을 보이면 미국이 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대응하는 것 같다"면서 "무력시위를 북한도 하지 말고, 미군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 특보는 또 미국도 이 같은 방안에 찬성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그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얘기하면 (훈련 규모와 전략무기의) 하향 조정은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한미 간 핵심 현안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환경영향 평가에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도 논란을 증폭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 특보는 한국이 대통령조차 법을 위반하면 탄핵당하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드 배치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한국법에 따른 의무'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그는 주한미군도 한국의 대통령도, 신(神)도 한국법 위에 있거나 그 법을 건너뛸 수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특히 사드 사업이 기간이 짧은 일반 환경영향평가 대신 사계절의 영향을 모두 측정하는 전력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임을 적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환경영향 평가에만 최소한 1년의 세월이 걸리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미국 측이 조기 배치를 강력히 원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놓고 협의와 조율을 거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 특보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사드 배치가 한미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주장하는 견해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한미 동맹은 생존수단이자 도구이지, (한미 동맹 때문에)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민생이 훼손되어도 좋다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사드 문제가 해결 안 되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게 무슨 동맹이냐. 방어적 무기 체계 하나 갖고 동맹을 깰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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