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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故 백남기 사인 264일 만의 '외인사'로 변경…고개 숙인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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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백남기 씨는 2015년 11월 14일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투병하다 지난해 9월, 숨졌습니다. 당시 서울대병원이 백 씨의 사망진단서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의미하는 '병사'로 기재해 파문이 일었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일부 의료진의 반발에도 병원 측은 수정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논란이 계속된 지 9개월 만에 서울대병원 측은 입장을 바꿨습니다. 백 씨의 사망진단서를 외부 요인에 의한 사망한 '외인사'로 전면 수정한 겁니다. 백 씨의 사망원인이 병사로 기재된 지 264일 만의 일입니다.

■ 사망 원인 '병사'와 '외인사' 차이가 뭐기에…

고 백남기 씨의 사인(死因)을 '병사(病死)'에서 '외인사(外因死)'로 수정한 서울대병원, 병사와 외인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병사'는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거나 자연사한 경우, '외인사'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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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대병원은 고 백남기 씨의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사망진단서를 바꿀 수 없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서울대 의대생 270여 명과 전국 15개 의과대생 8백여 명이 잇따라 서울대병원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수정 불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백선하 교수 / 당시 고 백남기 씨 주치의] 2015년 10월 3일

"가족분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아 체외투석 등의 치료를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 백남기 환자분의 사망 종류를 병사로 표기했습니다."

■ '외부충격'에 의한 사망 인정한 서울대병원

그런데 어제(15일), 서울대병원이 사망진단서를 전면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망의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꾸고 사망의 종류를 결정하는 선행 사망 원인도 경막하 출혈에서 외부충격을 뜻하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변경했습니다. 고 백남기 씨가 질병이 아닌 외부 충격에 의해 숨졌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겁니다.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가 수정된 것은 병원 설립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 씨의 사망 이후 내부 규정상 수정이 힘들다는 방침을 고수했던 서울대병원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새 정부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미 논의해왔던 사안으로 어떠한 외부 압력도 없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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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뒤늦은 사과와 유가족의 안도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씨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 지 하루 만인 오늘(16일) 이철성 경찰청장도 백 씨의 유가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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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을 당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인간적으로는' 사과한다면서도 "사실관계와 법률관계가 불명확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측의 사망진단서 수정 결정에 백 씨의 유가족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안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백도라지 / 고 백남기 씨 가족]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정이 돼서. 올바른 방향으로 정정이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가 참 보고 싶네요."

■ 뒤늦은 '외인사' 수정…파장은?

고 백남기 씨의 주치의였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는 지난해 11월 신경외과 과장직에서 보직 해임됐습니다. 하지만, 백 교수는 여전히 '병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대병원은 당시 백 교수와 함께 백 씨를 직접 진료했던 또 다른 주치의의 명의로 사망원인을 최종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윤성 /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2017년 6월 16일 SBS 박진호의 시사전망대 中

"백선하 교수는 제가 여러 번 얘기를 했지만 사망진단서 작성에 관해서 아주 잘못된 생각을 깊이 갖고 있어요. 간단히 말해서 고집이 굉장히 센데. 그게 보통은 설명을 하고 그렇게 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이해하고, 수정을 하는 게 보통인데. 우리 백선하 교수는 아주 고집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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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조동찬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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