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는 지적장애가 있는 9살 의붓딸을 화장실에서 밀쳐 뇌출혈을 일으키게 한 뒤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3살 손 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친부와 조부모가 선처를 탄원했지만, 자신이 보호해야 할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상 증상을 보이는데도 상당 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죄질이 중해 유리한 양형 요소를 인정해주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손씨는 지난 3월 14일 오전 7시 반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아파트 화장실에서 A양의 가슴을 손으로 밀쳤습니다.
균형을 잃은 A양은 쓰러지면서 욕조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크게 다쳤습니다.
손씨는 A양 학교 담임교사에게 '아이가 아파가 학교에 못 갈 것 같다.
병원에 데리고 가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손씨는 A양이 방으로 가 누운 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날 오후 3시 반쯤 A양이 숨진 사실을 알았고, 퇴근한 남편이 숨진 딸을 보고서야 저녁 6시 53분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손씨는 경찰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딸이 넘어진 후 눈에 띄는 외상이 없어 방에서 쉬도록 한 것이지 방치한 게 아니"라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애초 손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손씨가 '죽을 줄 몰랐다'며 예견 가능성을 부인하자 혐의를 폭행치사죄로 변경해 구속기소했습니다.
법의학 전문의는 부작위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사고 당시 A양을 즉시 병원으로 데려갔을 경우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데, A양의 사망 원인을 봤을 때 생존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