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임원 "법적 문제 우려해 K재단 89억 지원 요청 거절"


최순실 씨가 사실상 장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9억 원 추가 지원을 요청받았던 SK그룹 관계자가 "법적인 문제를 우려해 거절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오늘(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K스포츠재단의 지원 요청 경위를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16일 오후 약 40분간 단독 면담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CJ헬로비전 인수나 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과 같은 현안을 건의하고, 박 전 대통령은 K스프츠재단 사업에 지원을 요구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괍니다.

이 대표는 독대 며칠 뒤 안종범 당시 수석에게서 "K재단 관련 자료를 보낼 테니 잘 검토해 협조해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전달받은 서류엔 최 씨 소유인 더블루K 소개자료와 K스포츠재단의 가이드러너 사업, 비덱스포츠 등의 자료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SK 측은 K스포츠재단 실무자들로부터 체육인재 전지훈련 등의 비용으로 모두 89억 원을 요청받았습니다.

재단은 이 중 50억 원을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로 송금해달라고 요구했고, SK 측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는 안 전 수석에게서 "대통령 관심 사항"이라는 말을 들어 신중히 검토했지만, 고민 끝에 이메일을 보내 "K스포츠재단 사업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SK가 직접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다년간 대관업무를 하면서 청와대나 대통령, 경제수석으로부터 협조 요청이나 지시 또는 요구가 왔을 때 들어주면 법적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최태원 회장이 두 차례나 처벌을 받아서 더 신중히 생각해야겠다고 여긴 것이냐"고 묻자 "모든 외부 부탁 등은 법률적 리스크를 매우 세게 따지고 있다. 엄격한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안 전 수석에게 K스포츠재단 사업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한 이유로는 "재단 실무자가 부풀려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윗선의) 진의가 뭔지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법률적 문제가 심각한 사안을 실무자가 부풀린 거라면 윗분이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할 것 같았다"며 "그런 내용을 알면 하지 말라고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SK 측은 결국 K스포츠재단에 '외국에 있는 개인사업체에 외화를 직접 송금하는 것은 곤란하니 대신 재단에 추가 출연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이 대표는 최순실 측 이경재 변호사가 "이건 뇌물제공 의사 표시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완전히 거부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일종의 예의 바른 접근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외환관리법이나 배임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 리스크를 없애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K재단의 요청이 SK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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